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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백 Nov 16. 2019

X세대가 죽기엔, Not today

가끔 영재발굴단을 보는데 한 번은 13세 클라리넷 영재 소녀가 나왔다. 이 나이 때 소녀들은 보통 아이돌 그룹 하나 정도는 좋아하는데, 역시 이 소녀도 BTS를 무척 좋아 하는 아미였다. BTS처럼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BTS를 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재능을 키워 가는 영재 소녀의 외로운 도전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힘들게 연습을 하면서도 BTS관련 동영상은 빠지지 않고 엄마랑 같이 즐겨 봤다. 흥미로운 점은 BTS 동영상을 보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엄마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남준이, 석진이, 정국이 이렇게 멤버들 이름을 엄마가 자연스럽게 부르면 이 소녀도 엄마의 말에 대응을 하고 딸의 이런 말을 엄마가 모두 알아듣는 것이었다. 방송 중 엄마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모든 사건의 대한 진실을 엄마가 고백하였다. 처음 이 소녀가 BTS를 너무 좋아해서 BTS를 알게 되었는데, RM의 노래 가사가 너무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BTS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BTS는 10, 20대뿐만 아니라 40대에게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40대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 BTS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최신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90년대 음악과 달리 속사포 랩이 많아서 그들의 가사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높은 연령대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가사에 주목을 한다.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BTS에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이 가사로 전달하려는 내용에 너무나 동감이 가기 때문이다. 


사실 'Not today'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노래 가사에 대해서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가끔 들려오는 Not today라는 말과 조금 천천히 부르는 일부 가사만이 귀에 들어왔다. '뛰어갈 수 없음 걸어~~' 뭐 이 정도만이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몇 마디 알아듣는 이 가사들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젊은 그룹이 부르는 대부분 노래가 사랑에 대해서 그린 내용인데, 뛰어갈 수 없음 걸어, 걸어갈 수 없음 gear up (사실 기어라는 말로 알아들음) 이게 무슨 뜻인지 호기심을 가지게 하였다.



No not today 
언젠가 꽃은 지겠지

But no not today 
그때가 오늘은 아니지 

No no not today 
아직은 죽기엔 

too good day
 
그래 우리는 EXTRA

But still part of this world
EXTRA ORDINARY 

그것도 별 거 아녀

오늘은 절대 죽지 말아 

빛은 어둠을 뚫고 나가 

새 세상 너도 원해 

Oh baby yes I want it
 
날아갈 수 없음 뛰어 

Today we will survive
뛰어갈 수 없음 걸어 

Today we will survive
걸어갈 수 없음 기어 

기어서라도 gear up 


죽지 않아 묻지 마라 

소리 질러 Not not today 

꿇지 마라 울지 않아 

손을 들어 Not not today 


우린 할 수가 없었단다 실패 

서로가 서롤 전부 믿었기에 

What you say yeah 
Not today yeah 
오늘은 안 죽어 절대 yeah 


Throw it up! Throw it up! 
니 눈 속의 두려움 따위는 버려 

Break it up! Break it up!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 

Turn it up! (Turn it up!) 

Burn it up! (Burn it up!) 
승리의 날까지 (fight!) 

무릎 꿇지 마 무너지지 마 

That’s (Do) not today! 


Not not today! Not not today!
Hey 뱁새들아 다 hands up 

Hey 친구들아 다 hands up

Hey 나를 믿는다면 hands up 

총! 조준! 발사! 
  
(Not today 가사 일부 발췌)


처음 X세대는 하늘 높이 훨훨 솟구쳐 오르 줄 알았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오직 생존을 위해서 기어가야만 했다. 언제가 빛은 어둠을 뚫고 나갈 거라는 믿음에 하루하루 죽지 않기 위해 무릎을 꿇고 지내왔다. 승리의 날까지. 



아직 죽기엔 No no not today.
 
586세대와 달리 X세대는 취업의 고통을 느꼈고 취업 후에도 직장 내에서 기존과 다른 존재라 생존의 고통을 겪어야 했고, 부동산 폭등 등에서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해 주거의 고통을 모두 겪어야 했다. 어쩌면 지금의 5포 세대가 겪는 고통을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존 세대는 X세대가 유일할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BTS의 이런 가사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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