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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백 Oct 20. 2019

좋은 리더의 작은 조건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난 당당히 윗 상사를 모시고 진행하는 회의라고 할 것이다. 많은 부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임원을 상대로 내가 한 일을 보고하는 회의는 날짜가 잡히는 그 순간부터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워낙 많은 보고를 받고 워낙 많은 정보를 접하는 분이라 그 어떻게 자료를 준비해도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어서, 그의 공격에 무너지지 말자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회의에 참석하지만, 날카로운 공격을 받으면 갑옷을 뚫고 들어온 화살처럼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 회의 중에서도 그나마 나은 것은 다음번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명확해 잡힌 경우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원 시절 임원 주관 회의에 선배와 함께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다. 

여러 사람의 발표가 있었고, 각 발표 내용에 대해 회의 리더가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어떤 부분은 명확히 무엇을 하라고 하는지 알겠는데, 어떤 부분은 하라는 말인지 하지 말라는 말인지 정확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얘기만 나눈 채 끝나기도 했다. 회의가 끝나고 회의 리더가 자신이 얘기한 내용을 가지고 다음 주에 다시 회의를 하자고 하신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신다. 각자 해야 할 일이 명확하면 회의가 끝나도 마음이 편한데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정리가 안 되면 회의가 끝나도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토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 리더에 대해 정리한 글이 있다. 리더의 어원에 대해 몇 가지 설이 있다고 정리를 하였는데 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선봉에 나가 싸우는 사람, 먼지를 먼저 뒤집어쓰는 사람이라는 뜻과 단순히 일행보다 앞장서서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위해 장애물을 허물고 개척하는 지도자라는 뜻이 있다고 표현을 하였다. 그 무엇이 되었든 리더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잘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가끔은 그 자체가 장애물이 될 때가 있다. 


아주 어렸을 적이었지만 이 회의 후에 이렇게 생각을 한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회의가 끝날 때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리더가 있는 앞에서 정리를 하고 회의를 마치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회의 후에 자신의 과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회의를 또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많은 시간이 흘러 내가 회의 주관자가 되어서 여러 사람들과 회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 한 사람씩 자신의 자료를 발표하고 많은 논의를 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토론을 하다 보면 결과가 무엇인지 그다음 회의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가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래서 한 사람씩 발표와 토론이 끝나면 그 발표자가 다음 회의 때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내가 정리를 해주었다. 매 발표 때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나는 무척 피곤하다. 그 예전의 경험처럼 알아서 잘 생각해서 정리를 한 후 다음 회의 때까지 가지고 오라고 지시하는 것이 편하지만, 이렇게 할 때 일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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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시절 회의를 할 때였다.

여러 사람의 발표가 있었고, 각 발표 내용에 대해 회의 리더가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어떤 부분은 명확히 무엇을 하라고 하는지 알겠는데, 어떤 부분은 하라는 말인지 하지 말라는 말인지 정확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얘기만 나눈 채 끝나기도 했다. 회의 후 회의 리더가 자신이 얘기한 내용을 가지고 다음 주에 다시 회의를 하자고 하신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신다. 각자 해야 할 일이 명확하면 회의가 끝나도 마음이 편한데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정리가 안 되면 회의가 끝나도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토론을 해야 했다.


회의가 끝날 때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리더가 있는 앞에서 정리를 하고 회의를 마치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회의 후에 자신의 과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회의를 또 할 필요가 없을 텐데




15년쯤 흘러 사람들과 회의를 한다.

한 사람씩 자신의 자료를 발표하고 많은 논의를 한다. 여러 주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하다 보면 결과가 무엇인지 그다음 회의 때까지 발표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가 잘 안 된다. 그래서 한 사람씩 발표가 끝나면 내가 그 발표자가 다음 회의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정리를 하고 한 건의 발표를 마무리 짓는다. 매 발표 때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나는 무척 피곤하다. 그 예전의 경험처럼 알아서 잘 생각해서 정리를 한 후 다음 회의 때까지 가지고 오라고 하는 것이 편하지만, 이렇게 할 때 일이 잘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표자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편한 길을 갈 수가 없다.


힘들더라도 옳은 길을 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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