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백 Oct 25. 2019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편한가? 그럼 위기일세


 꽤 오래전에 조직 변화가 크게 생기면서 담당하는 일이 바뀐 적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조직 변동과 업무의 변화는 나에게 새로운 공백기를 만들어 주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공백기를 겪기는 처음이었다. 기존 업무에 합류하는 개념이었다면 적응한다고 정신이 없었을 텐데 개념만 존재하는 새로운 업무라 매일 무엇을 할지 무엇을 성과로 만들어 내야 할지 정의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빅뱅 전의 세계였다. 새로 바뀐 조직의 리더도 다른 일로 정신이 없어서 나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정시퇴근을 많이 해 보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정시퇴근을 한다고 그 누구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었고, 나와 비슷한 환경이 놓인 모든 사람들은 시계추처럼 출근했다가 시간 되면 집에 가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이런 회사 생활은 절대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이런 생활은 1년을 채우지 못했다. 태풍의 눈을 벗어난 순간, 매우 혹독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내가 가진 공백기에 고금리의 이자까지 같이 받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몇 년 동안 힘든 시련을 겪고 나서야 태풍은 지나갔고 나의 생활도 안정을 찾아갔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처럼 이런 공백기를 겪는 사람들을 간혹 보곤 한다. 그리고 그들도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도록 회사가 가만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생활이 끝나면 2배로 힘든 생활이 찾아온다는 것도.


가끔 방송을 통해서 회사 생활이 굉장히 편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저런 생활이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봤다. 나의 경험으로 봤을 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회사 생활이 편하면 나처럼 조직의 변동을 통해서 모두가 힘든 생활로 상향 평준화가 되던지, 아니면 회사 자체가 사라지든지. 학생들이 공부를 통해서 경쟁을 하듯이 회사도 제품으로 경쟁을 하는 것인데, 더 나은 제품에 대한 고민과 도전 없이 이런 경제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다. 


우리 인생도 이런 것 같다. 아무런 고민과 걱정이 없던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삶은 정말로 짧고 대부분은 뭔가 나를 짓누른 고민으로 하루하루 걱정 속에서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디선가 들었던 지옥에 대한 이야기가 진실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진짜 지옥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야. 잘 생각해봐, 고민과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돈 많고 부유해도 그들은 자식 문제나 이혼 등 그들만의 고민이 있고,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지긋지긋한 돈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잖아. 결국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서 이곳이 진짜 지옥이 아닌지 모르겠어.”


나는 항상 후배들에게 말을 한다. 

나한테 찾아오는 위기가 언제인지 알고 싶으면, 현재 나의 삶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고. 만약 내가 아무런 걱정과 고민 없이 현재 생활이 너무 편하면 아마도 조만간 새로운 위기가 찾아올 거야. 그게 인생이니깐...


이전 10화 좋은 리더의 작은 조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