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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불안, 그리고 명랑함에 대하여..

성장은 불안을 안고..

by 간달프 아저씨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꼽으라면 언제일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혼 전의 나는 깊은 고민이나 불안을 크게 느끼며 살지 않았던 것 같다.

총각 시절의 나는 그저 하루를 즐기며 살았다.

미래를 세밀하게 설계하지도 않았고,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이 정도면 됐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냈다.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삼가고, 반대로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좋은게 좋은 것.. 그것이 나름의 삶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결혼은 나의 삶의 농도를 바꾸어 놓았다. 한 여인과 책임 있는 미래를 약속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정의 무게를 짊어지는 순간, 나의 일상에는 고민과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내가 이 말을 들으면 서운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다. 결혼은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무거운 책임과 새로운 불안을 안겨주었다.


나는 39세에 결혼했고, 41세에 아들을 얻었다. 지금은 46세, 결혼 7년 차로 햇빛 같은 아내와 하늘을 닮은 아들을 두고 살아간다. 삶은 분명 행복하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높게 세운 목표만큼이나 고난과 고생이 따라온다.


고민과 불안의 연속이라 말했던 것은 바로 이 의미에서다. 아마 나와 비슷한 대한민국 아빠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다만 나는 이런 삶에 익숙하지 않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 성장 과정에서 책이 내게 큰 스승이 되어주었다. 사실 결혼 전 40년 동안 내가 읽은 책은 열 권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정을 꾸리고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한 시점, 인생의 선생님이 간절히 필요했던 순간부터 책을 붙들기 시작했다.


3~4년 전부터 꾸준히 책을 읽으며 지금은 한 달에 한두 권 정도는 꼭 소화한다. 그 덕분에 내 삶의 농도는 이전보다 훨씬 짙어졌다.

최근에 읽은 책은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이다. 읽기 쉽지 않았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내려간 끝에 한 단어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바로 ‘명랑함’이다.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가 인간에게 명랑함을 강조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하게 다가왔다.


그는 삶의 본질을 ‘고통’이라 말한다. 인간은 욕구를 추구하는 존재지만, 그 욕구는 결코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결핍과 불만 속에 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 속에서도 성장하려는 의지를 발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장을 지탱해주는 힘이 바로 ‘명랑함’이라고 했다.

나는 그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다. 결혼 전에는 아마 나도 명랑하게 살았던 것 같다. 큰 고민 없이 하루를 즐기며 살았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책임의 무게, 불안의 그림자 속에서 매일 성장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렇기에 ‘명랑함’은 나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태도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불안 속에서도 명랑함을 유지하라고.

나는 오늘도 그 문장을 되새기며, 책임과 불안의 무게 위에서 명랑함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그것이 지금 내 인생의 또 다른 성장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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