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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자 마인드

나를 지탱해 준 군대의 한 장면에서

by 간달프 아저씨

올해 나는 마흔 중반, 인생의 중턱쯤을 지나고 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아들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나’로서

완벽하지 않지만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런 일상 속에서 친구들과 만나면 자연스레 과거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청춘의 기억, 대학 시절의 낭만,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군대 이야기.

그중에서도 나는 유독 한 장면을 자주 꺼낸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여전히 내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경험에 이름을 붙였다.


‘인솔자 마인드 이론’.

아침 구보에서 배운 리더의 마음


군대의 아침은 구보로 시작된다. 정해진 코스를 일정한 속도로 뛰며 군가를 부르는 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나는 그 안에서 특별한 차이를 경험했다.

일주일에 하루, 나는 인솔자의 자리에 섰다.
체조를 이끌고, 군가를 유도하며, 대열을 앞에서 이끌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날은 대열 속에서 함께 뛰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솔자로 뛴 그날은 훨씬 덜 힘듦을 느꼈다.
숨이 가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대열 속에서는 늘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차이가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차이였다는 것을.


마음이 몸을 이끈다.


전역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경험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앞장서서 책임질 때, 마음이 몸을 다르게 만든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그때의 감각을 삶 속의 철학으로 정리했다.

'인솔자 마인드 이론'이 이론은 이렇게 말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중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앞에서 이끄는 자의 마음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만들어낸다.


중년의 삶에도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제 나는 중년의 삶 한가운데 서 있다.

누군가는 가정의 리더로, 또 누군가는 조직의 리더로 살아간다.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그 시절의 구보를 떠올린다.

상황을 탓하기 전에, ‘인솔자 마인드’를 꺼내본다.

앞에서 뛰는 마음으로, 내가 속한 대열을 지키는 리더로서 살아가는 것.

그 마음 하나면,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글을 쓰며 다시 느낀다. 말보다 글이 가지는 힘.
생각이 글로 정리되는 순간, 마음이 정돈된다.

오늘도 나는 내일의 구보를 위해 마음속에서 조용히 군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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