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간지러운 표현들

적어도 이 마음 하나만은

by Glory

"물고기 많이 잡아와"


편의점 알바를 나가거나 자동차 배달 부업 시 집을 나서는 나에게 아내가 하는 인사법이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바다에 배를 띄우러 나가는 아빠 관식이에게 딸내미 금명이가 하는 인사말을 따라 하는 것이다.


이게 관식이의 마음이었을까.


물론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약한 강도의 일이겠지만, 집식구를 에 두고 돈벌이를 위해 문밖을 나서는 남편들의 마음은 매한가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 둘은 맞벌이에 아직 아이가 없다. 올해 안으로 계획 중이긴 하나 그것이 뜻 대로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머지않아 내 아이가 출근하는 나에게 저렇게 인사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행복한 마음과 함께 알 수 없는 연민의 시선이 아이에게 머물지 않을까 상해 본다. 물론 아내에게도 말이다. 결혼 후 아내에게 심심찮게 하는 말이 있다.


'휴 불쌍'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심이다.


기도를 하더라도 저는 괜찮으니 아내는 지켜주셔야 한다는 고백이 심중으로부터 나올 때가 있다. 내가 아픈 것보다 아내가 아픈 게, 내가 불편한 것보다 아내가 불편한 게, 내가 배고픈 것보다 아내가 배고파하는 것이 더 마음이 이고 아프다. 나이 차가 적잖게 나는 사람이기에 더 그런 게 아닐까 도 하다.


듣기에 낯간지러운 표현들인 것 잘 안다.

그러나 실제 마음이 그렇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전형적인 옛날 분이셨고, 그리 살가운 분 아니셨다. 철도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하시기까지 술에 진탕 취해 귀가하는 날이 종종 있었을 뿐, 먹고사는 일에는 적어도 충실했다. 딸린 자식이 넷이나 어서 그랬을까. 퇴근하시면 피곤에 절어 대부분 누워만 계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결은 다르겠지만 관식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기도 딸린 자식이 하나 모자란 셋이다. 엄마 애순이가 금명이에게 관식이를 '배 못 띄어 안달 난 사람', '하루 여섯 끼 먹는 사람'이라 칭했던 사가 생각난다. 한 가정을 향해 충실했던 그 시대 아버지 상을 몇 마디 말로 잘 집약한 듯 보여진다.


식구를 향한 연민의 마음은

강한 책임을 불러오는 것 같다.


아내를 보면,

자식을 볼 때.

적어도 쓰라리거나 아픈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아버지와 관식이는 그 앞에서 강했고,

부서지지 않는 '무쇠'와도 같았다.

아니. 했다기 보다는 무너질 수 없었지.


사실 쩌면 별 볼 일 없이 는 요즘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마음 하나만은 품고 산다.


그래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해바라기(Sunflower). 늘 서 있는 꽃.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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