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여
현재의 유연함과,
시간의 유한함은 나를 행동으로 이끌었다.
부모님은 언제든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내려놓은 지 2년 차에 접어들면서였다. 물론 퇴사 후 첫 해는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능한 많이 갖고자 노력했다.
먼저는 가까운 일본을 시작으로 아래로는 제주도, 조금 멀게는 태국 치앙마이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참 좋은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코로나 막바지에 결혼했었고, 경황 상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만족했어야 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순간들이었다.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았던 아내와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현실을 살던 중 문득 내게 주어진 현재의 유연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급했듯 필자는 현재 적잖게 다니던 직장 생활을 내려놓고 편의점 알바와 자동차 배달 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꽤나 유동적이며,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어느 순간 시선이 부모님에게로 향했다.
아내는 나보다 무려 11살이나 어린 사람이다. 큰 누님이 나보다 8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우리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은 19년 정도 차이가 난다. 처가 쪽은 아직 한창이지만, 우리 쪽은 서서히 황혼의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
아내와 충분히 소통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올해 아버지 78세 어머니 75세. 물론 아직이다. 그러나 아직인 듯 금방인 연세이다. 오래 사실 수는 있으나 어딘가를 다닌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과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골든 타임이라 여겨졌고, 지금을 놓치면 후회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공존했던 것이다.
아내에게 터놓고 이야기했다.
우리 숙제하자고. 과제하듯 한번 해보자고.
문경, 진천, 당진, 파주, 청주 등등..
25년 한 해 두 분을 모시고 그 외 여러 도시들을 함께 누볐다. 오히려 메이저 도시들은 이미도 가보셨기에 아직 가보지 않은 지방 도시들 위주였다. 물론 주중을 이용했다. 아내는 출근이라는 명분이 명확했기에 나 혼자 모시고 다녀오면 그만이었다. 그중 서너 개 도시는 주말을 이용했고, 여기에는 아내도 동반했기에 적절한 조절이 있지 않았나 싶다.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많이 먹고, 많이 웃었다.
현재의 유연한 시간들은,
돌이킬 수 없는 유한한 것들을 지켜주기도 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스마트폰 사진첩 한편에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