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일지 모르나

싫지만은 않은 시간들

by Glory

"조금 전에 입금했어요 수고하셨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점주님.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세요"


"혹시 다음 주부터 고정으로 가능하세요?"


당일 급구로 급하게 갔던 편의점이 직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편의점이 현재까지 필자의 밥줄을 든든히 책임져주고 있다. 사실 그전에 또 다른 편의점에 채용이 되었었다. 그러나 어떠한 사유로 얼마 못 가 그만두어야 했고, 그때 느꼈던 알싸한 심란함은 아직도 기억 언저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이건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되고요

그건 그렇게 그렇게 하시면 안 되고,

저건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돼요"


현재 일하는 편의점 에이스 알바의 텃세였다.


"따로 직급이 있으세요?"


이 질문 하나로 상황은 종결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친구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물론 나와의 마찰이나 불화로 인함은 아니었다. 그저 자유로운 친구인 듯했고, 제주도 있는 브레드 카페에서 일을 하기 위함이라 점주님께 전해 들었다.


덕분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친구의 퇴사로 필자의 근무 복은 넘쳐났다. 근무 스퀘쥴이 빼곡히 적혀있던 달력에는 친구의 이름이 없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타격이 컸던 모양이다. 점주님의 대타 근무 연락은 수시로 필자의 스마트 폰을 울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덕분인 듯하다. 동시에 필자의 급여는 두 배 가까이 오르게 되었다. 과거 처음 편의점 일을 시작했을 때 중년의 남자 점주님이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첫 만남은 사실상 불쾌했고, 서로 간 소통이 따뜻하지 않았다. 그만두려고 했다. 웬걸. 그 남자 점주님은 나를 붙잡았고, 그렇게 적잖은 시간 함께 파트너처럼 일했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 있어서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이 사람을 통해 단순히 편의점 일이 아닌 삶을 배웠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성장했다. 그리고 현재 편의점에서는 그때 그분께 배웠던 세한 부분들이 잘 적용되어 녹여지고 있다.


급구로 나갔던 편의점에 고정이 되었고, 에이스 알바의 퇴사로 필자는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리고 과거 그 남자 점주님께 배웠던 노하우들이 현재 편의점 구석구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점주님과 근무 중 소통할 일은 거의 없다. 말 그대로 딱히 소통할 일이 없기 때문이며,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근무자의 모양이라 여겨진다. 일에 있어서 괜스레 자랑한다거나 과시할 일도, 반대로 무언가 몰라서 물어볼 일 또한 없다. 그냥 내 시간에 내 일을 용히 수행고 넘겨주면 그만이다.


서로 윈윈 중이라 여겨진다. 아들이 축구를 하는데 따라다니느라 바쁘시며, 거기에 매장을 두 개나 운영 중이다. 아마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근무자들이 필요할 것이다. 퇴사 후 시간적으로 유연하다. 바쁜 점주는 유연한 근무자가 있어서 좋고 나는 돈을 벌어서 좋다.


편의점 근무상

한가한 타이밍들이 있다.


멍을 때리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하며,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되는데까지일 것이다.


지루기도 하.

허나 지금의 평온함이 싫지은 않다.


너무 먼 미래를 보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가능한 생각을 멈추고,

당분간 물건이나 더 열심히 정리해 볼 생각이다.






목요일 연재
이전 11화때를 기다린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