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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Mar 13. 2016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농염한 유혹에 넘어가 보험 약정서 아래에 사인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보험사 직원이 아주 유능하다. 이 보험만 가입하면 급전, 실비, 목돈, 연금 등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다. 너무 완벽한 보험사 직원의 설명에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의 말에는 여인의 농염함이 묻어나기까지 한다. 그래서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본다. 아무리 그가 나를 진정 아껴서 설계하고 추천한 100% 고객 맞춤 보험이라도 믿을 수가 없다. 이유는 너무 그럴듯해서이고, 그리고 내가 이게 진짜 괜찮은 건지 아닌지 가늠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오늘 내가 읽은 책은 그런 느낌이었다.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작가라 불리는 것이 어색하다는 김병완 씨는 삼성, 휴대폰 관련 부서에서 11년간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뒹구는 낙엽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고, 생존과 변화를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그는 3년간 도서관에서 책만 읽는다. 약 1000권가량의 책을 읽고 난 뒤, 그에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바로 1년 6개월간 약 30권 이상의 책을 출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서관이란, 독서란 어떤 것인지 현자들의 말과 그의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이 도서관으로 와서 책을 읽으라 유혹한다.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인생이며 농염한 유혹인가, 그의 이야기를 읽고 숨겨두었던 나만의 꿈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 졌다. 나이와 가족 그리고 부족한 능력들로 인해서 항상 접어야만 했던 또 다른 꿈 말이다. 그런데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이라도 가능할 것 같다.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농염함보다 더 매혹적인 유혹이 아닌가?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순수함을 잃어서일까?

  그의 매혹적인 경험담을 들으면서도 그의 유혹을 뿌리치고 싶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가 11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3년간 도서관에서 칩거하다시피 책만 읽고, 그리고 한 달에 한두 권의 책을 출판했다는 것을 의심한 게 아니라 그와 같은 기적이 일반화될 수 있을까라는...

 그런 나에게 그는 방법을 알려준다. 바로 "의식의 확장"이다.


  능력의 차이는 고작 5배를 넘지 않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의 격차를 낳는다.

사람들은 흔히 범재와 천재를 구분하는 기준을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도 평균보다 2~3배 빠른 것은 아니다. 천재와 범재도 마찬가지다. 결국 범재와 천재를 가리는 것은 능력이 아닌 의식의 차이인 것이다. p. 180


  초등학교 때부터 취미란에는 독서라고 썼었다. 겨우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는 교양독서이지만 그래도 그게 나에겐 은근 자부심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조금 더 읽으면 되겠네. 그가 말하는 "의식의 확장", 그것만 이룰 수 있다면 난 그가 말한 "대체 불가능한 사람"까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두 권이 10권이 되고, 10권이 100권이 되고, 100권이 1000권이 되고, 1000권이 이제 세기 힘들 정도로 수없이 많은 양이 될 때 비로소 당신의 사고와 의식은 평범한 사람들이, 즉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된다.  p. 108


  그런데 그가 말하는 독서란 달랐다. 그가 읽은 1000권이라 숫자를 보며 내가 성인이 되고 있었을 책을 세어보았다. 읽다간 만 책까지 쳐도  세 자릿수가 넘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지금처럼 1년에 10권 정도 읽는다면 1000권을 읽기 위해 10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가 말하는 독서가 무엇인지 실감이 났다. 나와 같은 범인이 100년 걸릴 일은 3년 만에 겪었으니 그의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책에서 세스 고딘의 린치핀을 인용한 것은 기분이 아주 나빴다.


  어느 누구도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기 위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톱니바퀴가 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린치핀이 되는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세스 고딘 <린치핀> p. 205


  세스 고딘이나 김병완 씨는 안정이란 실패의 다른 이름이고, 우리가 톱니바퀴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사회와 학교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자칫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톱니바퀴의 인생은 보잘 것 없고 그와 같이 성공한 인생만 멋지게 보이 것 같아 질투도 나고 그리고 따지고 보면 그것은 온당 바르지 않다. 평상시 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천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인재제일주의를 싫어했고, 오히려 10만 명의 희생으로 1명이 빛을 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가 삼성 출신임을 감안하면 분명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성공이 행복과 동일어가 아니듯이 행복 역시 성공과 같은 말은 아니기에, 그런 그의 생각은 살짝 아니꼽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식의 확장"은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가져다주어야 할 것이다. 신기루처럼 눈에 보이다 사라지는 불가능한 것을 쫓기보다는 불공평한 인생에서 행복을 찾는 것, "의식의 확장"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행복을 느끼는 것 마저 불평등하지는 않으니깐 말이다.

  하긴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그 책에서 성공 말고 무엇은 찾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기대했으니 내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우리들의 삶에서 멈출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의식의 확장이 없으면 어려운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진짜 독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런 부분을 좀 더 말해주었으면 어떨까 하고 아쉬웠다. 참, 그가 목적 없는 독서라고 했으니 성공을 위해서 책을 읽어라는 말을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시종일관 성공하고 싶은가 그러면 책을 읽으라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음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었고, 행복해졌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의 가족은 어땠을까 궁금하였다. 그의 성공을 위해서 가족이 희생되진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그가 유명한 작가가 되었기에 그간의 희생은 아름답게 포장하면 끝인가, 삶이 글로써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우린 글로써 삶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상황에 맞게 잘 사용하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얼굴이 진짜배기인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난 의심을 했다. 겨우 그의 책을 한 권 밖에 안 읽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읽고 나서 질투심에 비꼬아 말하긴 했지만 그의 책을 통해서 엄청난 도전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좀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그가 쓴 책을 훑어보았다. "기적의 고전 독서법", "48분 기적의 독서법", "초의식 독서법" 등의 독서방법에 대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그와 같이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나 역시 그와 같은 "의식의 확장"을 경험하고 싶다. 결국 난 아니꼽지만 그의 농염한 유혹에 넘어가 보험 약정서 아래에 사인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솔직히 그가 부럽다. 멋져 보이고 그렇지만 진짜배기인지 정말 궁금하다. 왜냐면 글로써 삶을 포장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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