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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May 01. 2020

집에서 교재없이 끝내는 부모표 한글 교육 2

단계별 한글 교육법

아이가 다섯 살 때,

"한글은 시작했나요?"

여섯 살 때,

"한글은 어떻게 시키세요?"

일곱 살 지금,

"한글은 뗐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관련 직종에 있다보니 나의 한글 교육법이 궁금했나보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가질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교육에는 아이마다 나름의 적정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서,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이것저것 밀어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물론, 아무 경험이 없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흥미를 찾아내기란 어렵다. 부모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부모주도적인 교육으로 연결되는 것은 조금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 아이는 다섯 살 때부터 한글에 관심을 보였다.

엄밀히 따지면 '한글' 자체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신발장과 사물함, 교재 등에 붙어 있는 '친구들의 이름'에 관심이 있었다.

나는 인간의 생각이 글자에 매몰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창의성 계발을 위해서는 글자를 되도록 늦게 익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던터라 반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관심을 보였으니 시작을 해야 했다.


"부모표 한글교육"




<단계별 한글 교육법>


전제. 읽기와 쓰기는 병행한다.


1단계. 친구들 이름(혹은 관심있어하는 무엇이든..) 읽고 쓰기


기역, 니은부터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이가 관심 있는 친구들의 이름 읽고 쓰기부터 시작했다.

통글자로 말이다.

자음, 모음, 받침, 모아쓰기와 같은 한글의 기본원리가 글자 하나에 다 들어가 있고, 어차피 그 형태로 읽기 때문에 쓰기도 같은 방법으로 지도했다.



2단계. 이름쓰기 확장판


친구 이름에서 가족, 사물, 관계... 등으로 확장시켰다.

이 때도 읽기와 쓰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읽기는 독서로 충분하다.



3단계. 글자 이름 배우기


"엄마, '쌀' 어떻게 써?"

라고 물었을 때,

"'시옷' 두개 쓰고, 옆에 '아' 쓰고, 아래에 '리을' 써봐."

라고 답해 주면,

'시옷'이 무엇인지, '아'는 어떻게 쓰는지 다시 묻는다.


몇 번 이런 과정을 거치면 아이가 스스로 궁금해하므로, 적당한 때 한글자모의 이름을 순서대로 알려준다.



* 자음의 이름 :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


밑줄 친 기역, 디귿, 시옷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이응'과 같이 모음 'ㅣ'와 '으'를 놓고 남은 자리에 해당 자음을 붙여 만들었다. 예외의 세 글자는 '윽', '읃', '읏'에 대응되는 한자가 없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4단계. 편지쓰기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 등 가족의 생일에 편지쓰기로 굳히기에 들어간다.

A4 용지에(큰 종이가 필요하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사랑해요. 20**년 *월 *일. 자기이름"

이렇게 짧은 문구로 시작하고, 뒤면에는 아빠의 얼굴을 그리도록 했다.

그러면 한 면이 몇 개 안되는 글자로 가득찬다.

그러다보면 글자가 늘어나고,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서 쓰기 시작한다.

이 때는 자기가 생각이 안나는 글자만 질문하는데,

답해주다보면 무슨 내용을 쓰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결과물을 받아보면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자기 생각을 그럴듯하게 표현해 놓는다.



5단계 또는 단계 사이 : 발음 규칙 알려주기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면, '음절의 끝소리 규칙'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발음과 표기가 다르다는 것, '억'과 '엌'의 발음이 같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한다.

왜 그런지 물어볼 때, 부모는 정확한 지식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 음절의 끝소리 규칙

우리말의 받침에서는 'ㄱ,ㄴ,ㄷ,ㄹ,ㅁ,ㅂ,ㅇ'의 7자음만 발음할 수 있다.


'억, 엌', '압, 앞', '낟, 낫, 낮, 낯, 낱, 낳'을 예로 들어 이들의 발음이 같음을 보여주면 된다.

(아이의 흥미나 수준에 따라 '꺾, 났'과 같은 겹받침을 예로 들어도 좋다. 하지만 겹받침은 좀더 복잡하므로 글자를 막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너무 많은 정보가 될수도 있다.)


이 때 이 원리를 주입시킬 필요는 없다.

한 번쯤 보여주면서 아이가 생각한 것이 맞다는 것만 알려주면 된다.

아이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아이와 나는 종종 편지를 주고받는다.

혼자서 책은 막힘없이 읽지만, 여전히 쓰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맞춤법이 맞지 않은, 꾹꾹 눌러쓴 글자들을 보면 너무 귀엽고, 그 안에 담긴 아이의 진심에 울컥하기도 한다.

아이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편지는 정말 좋은 도구이다.




다섯 살 둘째가 있다.

글자에는 1도 관심이 없다.

첫째보다 더 자유롭고 창의적이다.

그림책에서 글자말고 그림을 읽는다.

영어를 좋아한다. 

A를 보고 '에이'라고 읽지 못하지만 'apple'의 발음은 원어민이다.

노래로, 대화로 흥얼거린다.

그냥 즐기도록 두려 한다.

관심이 있는 것을 함께 해주려 한다.

인생에는 '자기에게 적당한 때'는 있어도 '늦는다'는 것은 없다고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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