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JIFF, 김영글 <파란 나라> 단평

함께 바라봐야 할 존재들을 위한 흥미로운 비유법

by 성상민

* 프리뷰룸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실제 상영 버젼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영글 작가는 텍스트와 고정된 이미지, 그리고 무빙 이미지를 모두 아우르는 작업을 하는 창작자입니다. 근래에는 1인 출판사 ‘돛과닻’을 설립해 <제로의 책>이나 라오서의 SF 소설 <고양이 행성의 소설>을 번역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다양한 매체의 장르와 컨텍스트를 횡단하는 작가의 작품 답게 <파란 나라> 역시 같은 전략을 기초로 하나의 상을 그립니다. 필명 ‘페요’로 유명한 벨기에의 만화가 피에르 컬리포드가 그린 전설적인 작품 <스머프>를 한국으로 끌고 오는 것이죠. 작가가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공산주의 사회의 은유라는 해석도 있었던, 그러나 ‘블랙 스머프’ 에피소드로 인해 인종차별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던 스머프는 작품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쉽게 하나로 해석되지 않고 분화되는 것처럼, <파란 나라> 역시도 같은 길을 택합니다. 대신 그럴듯한 서사를 삽입하여 스머프라는 존재의 흐름을 통해 일종의 사고 실험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파란 나라>에서 스머프들은 1904년 벨기에 대사관의 건축 모집 광고를 보고 한국에 오게 됩니다. 열심히 건축물을 짓지만, 정작 완공된 건물의 머릿돌에는 스머프들의 이름 대신 1904년이라는 시대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벨기에나 일본 등 열강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을 뿐입니다.



분명 도시에, 마을에 존재하고 때로는 어떤 이들의 요구나 필요에 의해 건축물을 짓지만 정작 돈을 대거나 권력이 있는 이가 아닌 ‘실제 건물을 세운 노동자’의 이름은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에서 착안한 <파란 나라>는 열심히 뭉쳐 무언가를 함께 짓고 만들지만, 비슷비슷한 모습들에 쉽게 구분이 어려운, 그리고 무척이나 작은 몸집을 지닌 스머프에 비교하며 한국 도시의 맥락을 이어나갑니다.


처음 보면 몇 단계를 거쳐 갑작스럽게 도약을 한 것 같은 비유는 이야기를 하는 듯한 내레이션과 이 ‘작중 한국의 스머프’가 겪는 맥락이 더해지며 흥미로운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그 ‘스머프’는 이름 없는 노동자일 수도, 때로는 쉽게 거처를 빼앗기는 이주민일수도, 때로는 도시에서 제 거처를 쉽게 지니지 못하며 위협당하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 시퀀스마다 조금씩 컨텍스트가 변해도 이들은 이 도시와 이 마을의 일원이며, 아무리 작아 제대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결코 쉽게 도외시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영글 감독은 이렇게 같은 공통점을 지녔지만, 쉽게 묶어서 사고하기 어려웠던 일원들을 ‘스머프’라는 존재에 비유하여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강조하고, 함께 아우르며 살펴볼 대상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30분도 안 되는 짧은 연대기의 러닝타임에서, 작품에서 채 드러나지 않은, 아니면 구축되지 아니했던 연대기의 빈 부분을 함께 채우고 싶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최근 ‘돛과닻’이 출간한 <제로의 책>이 창작자나 전문가 뿐만 아니라 시민, 활동가와 함께 새로운 ‘공공의 예술’을 고민하듯, <파란 나라> 역시 소외되거나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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