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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상민 May 01. 2022

장윤미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 단평.

공간과 시간에 대한 포착과 기록의 확장

* 프리뷰룸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실제 상영 버전과 차이가 있을  있습니다.


데뷔작부터 꾸준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장윤미의 작업을 말할  결코 빼놓을  없는 요소는 바로 ‘공간과 시간 아닌가 싶습니다.  데뷔작이자  장편이었던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2013) 병역거부를 선언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며 ‘군대라는 공간, 그리고 병역거부를 선언한 이후 ‘군대 다를  없이 흘러가는 군대  한국 사회의 특성을 포착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작품들 역시도 마찬가지였죠. 소위 ‘가족 4부작’이라 부를 수 있는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2015) - <늙은 연꽃>(2016) - <콘크리트의 불안>(2017) - <공사의 희로애락>(2018)에 이르기까지, 각 작품마다 집중하는 가족의 대상, 기억의 시기는 모두 달라도 집중하는 피사체가 정주하는/했던 공간과 그곳에 남은 기억과 행동을 계속 집중하여 담아냈습니다.


다시 이후의 작품인 구미 KEC지회의 교섭과정을 그린 <깃발, 창공, 파티>(2019), <콘크리트의 불안>에 이어 실험적 연출을 시도한 <고양이들은 자는 척을 할까>(2020)는 더욱 사전 정보를 제거하고, 제시되는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공간의 특성과 흘러가는 시간을 포착한 결과값을 관객에게 제시했습니다. 해당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빼고 최대한 무빙 이미지에 담긴 공간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계속 물으며, 그것을 왜 자신은 기록하지 있는지를 같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번 신작이자 재차 실험적 연출을 시도한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은 이제 이 공간/시간을 ‘사전에 기록된 빅데이터’와의 접합을 통해 풀고 있습니다. 작품의 상당 부분은 카카오맵에 기록된 ‘로드뷰’를 타고 가상으로 어떤 동네를 움직이는 장면입니다. 2000년대 구글 스트리트맵이 유행하기 시작하자, 한국 IT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시도해 온라인 지도 서비스의 사실상 기본값으로 정착한 ‘거리 보기 서비스’는 직접 해당 거리에 가보지 않아도 360도 촬영을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일정 주기로 업데이트되며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한번에 볼 수도 있습니다.


감독은 이 거리 보기를 통하여 어떤 존재가 있었던 장소를 찾고, 조금이라도 그 장소의 기록물에서 그 존재의 흔적을 찾고자 합니다. 허나 그 존재는 딱히 사회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지도 아니하고, 그러기에 특별히 큰 흔적도, 그 흔적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오로지 감독이 손에 쥔 것은 그 존재가 처음 인간에게 감지될 때 기록된 ‘~ 부근’ 이라는 표현입니다.


‘부근’의 사전적 의미가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지어진 이 제목처럼, 감독은 과연 이 존재가 어떤 부근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했을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제대로 기록되기 어려운 존재에 남은 기록이 외견에 대한 묘사와 ‘부근’이라는 표현만 남은 가운데 감독은 차곡차곡 쌓여진 빅데이터에서 흔적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그 흔적을 쉽게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존재에 대하여, 실제 공간에 찾아가서 바라본 ‘부근’의 모습과 매우 약간이라도 스쳤을 빅데이터의 흔적으로 감독은 18분 내외의 영상 기록물을 구축하려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전 장윤미의 작업들이 자신의 가족, 병역거부자, 투쟁하는 노동자라는 분명 거시적으로 보기엔 미소하지만 인간이라는 형태를 지닌 존재들에 대한 접근이었다면 장윤미는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그렇게 다가가기도, 스스로 자신을 쉽게 증언하기도 어려운 존재에 다가가, 인간으로서 남겨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록 탐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온라인 지도 서비스는 그 자체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아도, 기록물을 상상하고 작성하는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기술 그 자체의 힘이 아니라 기술을 특정한 목적에 맞춰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비로소 제 쓰임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장윤미는 이번 신작을 통해 자신이 꾸준히 관심을 드러낸 초점을 더 깊게, 그리고 현대 사회를 아우르는 요소들과 더 함께 들어가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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