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시도가 발상의 독특함을 넘지 못하다
이 작품은 설명만 보면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기술과 격동의 현실을 다룰 것 같습니다. 1999년부터 족히 20년 넘게 전쟁 지역을 취재하는 플로랑 마르시가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자신의 거주지인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투쟁’을 말레이시아의 모 연구소에서 개발한 딥 러닝으로 서서히 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과의 대화로 기록한다니요.
그 설명대로 작품은 상황, 장소는 달라도 똑같이 현대 사회의 모순과 갈등, 격동과 폭력으로 가득한 지역들을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소타’와 함께 돌아다니며, 소타에 탑재된 카메라로 이 현장을 기록하고, 소타에게 상황과 개념을 습득하여 점차 평가하게 하고,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여 점차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기르도록 합니다.
오랜 시간 전쟁의 최전선을 다닌 감독의 작품 답게 바로 근거리에서 총성이 빗발치고 생사가 오가는 장소에 대한 밀착은 무척이나 놀랍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전부입니다. AI를 언급하고, 다시 AI와 인간과의 관계를 말하지만 그것은 결국 이미 사전에 습득한 내용의 반복 또는 감독이 추가적으로 습득한 내용의 답습이기 때문입니다. 순간순간마다 ‘소타’가 발언하는 감정 없는 목소리에 담긴, 마치 주관적으로 관조하는 것만 같은 이야기는 인간보다 위에서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AI의 상을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잘 따져 생각하면 이는 결국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AI를 통해 반복하는 이상을 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의미로는 이미 AI가 학습한 정보는 어떻게 습득한 것이며, 감독이 가르치거나 새롭게 입력하는 기능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단계를 함께 물어야 하는 순간이 있지만 작품은 그 사이를 너무나도 쉽게 AI의 시선으로 규정하거 있어요. 오히려 그 메타적인 관계를 따져 물었으면, AI와 인간의 관계성이, 다시 그 기술들을 활용하는 인간의 상황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 부분은 너무나도 텅비어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라크-시리아의 교전 상황과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이 이어지는 면모가 있음을 말해도, 그 내용 조차도 너무나도 일반론적으로 합치되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고 그 구현한 상을 좀 더 면밀하게 바라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