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주제, 평범하거나 아쉬운 결과물
평론가 김소영의 영화 연출에서 쓰는 예명 '김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신작. 평론가로써도 감독으로써도 계속 관심을 기울이는 '트랜스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에도 계속 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좀 더 역사적인 이야기에요. 20세기 초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들 중에 '고려극장'이라는 극단을 꾸리던 이들이 있었어요. 현재까지도 계속 활동 중인 그 단체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이 흥미로운 주제인 건 분명합니다. 한국에선 존재 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더러 희귀한 영상 푸티지와 증언을 통해 그들을 만나는 과정은 마치 한국에서 빅토르 최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과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소재는 흥미롭지만, 문제는 여전히 연출입니다. 그간 만든 작품들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주제를 충실히 푸는 듯 싶더니 사변적인 이야기로 쏠리는 전개가 종종 보입니다. 그나마 이번 신작은 주변적인 이야기로 쏠려도 결국 주제와 연관된 이야기라 좀 더 집중도가 높긴 해요.
하지만 기왕 한국에선 오직 자기 자신 밖에 고를 수 있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라면, 좀 더 고민하고 정교하게 작업을 준비하고 만드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지우긴 어렵습니다. 귀한 재료를 가지고 평범한 음식을 만드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