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 리뷰.

급박했던 제작 일정 속에서, 촛불의 다층성을 담다

by 성상민

- 인디다큐페스티발 이후 대구사회복지영화제에서 재편집된 버젼으로 보았습니다.


정세에 맞춘 옴니버스 다큐 프로젝트는 계속 있었습니다. 노무현 연간 벌어진 다양한 사회적 사건을 다룬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를 비롯해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Jam Docu 강정>, 사회적 이슈가 벌어지는 지역을 찾아가서 게릴라성으로 다큐를 찍는 <미디어로 행동하라> 시리즈 등등이 있죠.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 이렇게 거대한 옴니버스 다큐 프로젝트가 나올 환경이 만들어지리라고 누가 생각했었을까요. 2014년의 세월호 참사, 2016년 하반기부터 형성된 게이트 정국은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결합하게 만들었습니다. 전자의 문제가 만들어낸 작품이 <나쁜 나라>와 <기억과 망각>이라면, 후자가 만든 작품이 바로 <광장>입니다.

급하게 만든 작품이긴 하고, 그러다 보니 작품을 잇는 구성-편집이나 후반 작업이 덜 된 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촛불 정국의 다양한 지점들을 짚어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지역, 사드, 페미니즘, 생태주의 등등에 있어서 말입니다.

그중 인상적인 작품을 몇 개 말해보겠습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역사와 현재를 다룬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감독은 <청소>를 통해서 청소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촛불 속에서도 여전히 언급이 잘 안 되는 노동의 문제를 짚습니다.

김수민 감독의 <무기력 대폭발>과 박문칠 감독의 <파란 나비>는 비슷한 특징을 지닌 작업들입니다. 전자는 강릉의 청소년 운동 단체 '세손가락', 후자는 성주 사드 반대 투쟁 운동을 중점적으로 짚어요. 강릉과 성주 모두 '보수'의 세가 강한 지역이라 평가받지만, 그 안에서도 폭발적인 흐름이 있고 다시 쉽게 규정지어지는 문제를 짚습니다. 청년들은 '정치 무관심' 혹은 도구적인 존재로 취급받고, 사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국가에 의해 '종북'으로 여겨집니다.

황윤 감독의 <광장의 닭>과 강유가람 감독의 <시국페미>는 촛불에 결합한 운동들 중 쉽게 변두리에 몰려 버리는 운동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광장의 닭>은 박근혜를 비하하는 용어로 쓰이는 '닭'의 용법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촛불 정국을 통해서 생태 운동을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비슷하게 <시국페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문제가 쉽게 여성에 대한 비하로 쓰여지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며, 페미니즘의 차원에서 촛불에 결합한 이들의 행동을 전합니다.

물론 작품에 아쉬운 점은 분명 존재합니다. 다수의 에피소드가 현장을 다이렉트하게 전하는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인터뷰 위주로 구성되어 있거나, 각각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는 있어요. 하지만 급박한 제작 상황을 고려한다면, 촉박했던 제작 일정 속에서 촛불 안에 다양한 지점들이 있음을 적절하게 짚은 의의는 분명 있습니다. 앞으로 촛불에 대해 어떤 작업들이 더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첫 작품으로써는 흥미로운 움직임이 나왔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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