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에서 벌어진 정치 실험, 그 명과 암.
우리는 흔히 인도의 정치 하면 흔히 간디, 그리고 네루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도의 정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간디와 네루가 만든 인도 최초의 정당 '인도국민회의'는 원래부터도 보수적인 성향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구습에 찌든지 오래고, 그 사이에 우파 정당 '인도인민당'(BJP)이 빈틈을 치고 들어와 집권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언론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인도 지역 정치를 중심으로 '보통사람당'(민중당, AA당)이 큰 위세를 떨치게 됩니다. 델리주 총리도 현재 보통사람당 소속의 케즈라왈이 맡고 있죠. 인도가 독립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국민회의도,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도인민당도 아닌 제3의 정당 '보통사람당'. 쿠쉬부 랑카와 비나이 슈클라, 두 명의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다큐 <혁명을 위한 제안>은 이 정당의 행보를 담아내며 인도에서 벌어진 정치 실험을 다룹니다.
보통사람당은 인도에서 오랫동안 빈민운동을 한 '야자브'와 정치평론가 '케즈라왈'이 함께 뭉쳐, 반부패와 민중을 기치로 내걸며 탄생한 정당입니다. 갈수록 경제는 성장한다고 하지만 전기-수도 민영화로 점차 힘들어지는 민중의 삶, 여기에 인도의 여야 정당 모두가 각종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온갖 비난에 시달리지만 이에 항의하며 일어난 민중들의 시위에 경찰들은 폭력 진압으로 대응합니다. 보통사람당은 오랜 시위 끝에 근본적으로 인도 사회를 변혁시키리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통해 탄생한 정당인거죠.
다큐멘터리에다가, 한국에서는 잘 알기 어려운 인도의 정치 상황을 다룬 작품이지만 <혁명을 위한 제안>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스펙타클합니다. 신생 정당에 시큰둥한 기존 정당들과 언론들 (여기에 다큐에서는 잘 언급되지는 않지만, 인도 공산당과의 사이도 좋지는 않아요.) , 적법한 선거 운동을 방해하는 경찰들, 그리고 어떻게든 정당을 옭아매려는 검은 손길들. 이런 상황에서도 보통사람당은 점차 인기를 얻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스멀스멀 이전부터 인기 스타였던 '케즈라왈'에게 인기가 점차 쏠리며 발생하는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영화는 보통사람당의 여정을 담담히 짚어내며 델리 지방 선거에서 거둔 성공과 그 뒤에 숨겨진 명과 암을 모두 담아내려 합니다.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감을 바탕으로 참여 민주주의를 내건 신생 정당의 의미를 짚으면서도, 동시에 성공 속에서 특정 인물에게 집중되고 향후 당이 당내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거죠. 물론 작중 인물의 말대로, 정치는 타협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타협'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은 모두가 다르죠. 그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하고, 당은 궁극적인 위기를 맞이합니다.
사실 어떤 의미로는 집권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그려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신생정당이 기적적으로 연정을 통해서 집권을 하고, 다시 혼란에 빠지고, 그 이후 다시 당내 혼란을 어떤 식으로든 수습하고 안정적 집권에 성공한 과정이 보통사람당을 짚어내기 위한 핵심적인 지점이니까요.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창당 이후 첫 선거를 맞이하기까지 다큐가 담아낸 지점들은 국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물론 한국에서까지 많은 고민을 들게 합니다.
특히 올해 초 부분적으로 선거를 다룬 <더 킹>, 그리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보통사람>이 본격적으로 선거를 다루고 있는 입장에서 <혁명을 위한 제안>은 영화가 선거를 어떤 식으로 다뤄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하죠. 어떤 비리를 저질러도 야당만 지지하면 되는지, 선거라는 것이 '쇼'라는 식으로만 이야기하면 끝나는지. 정치를 바라볼 때 냉소를 넘어, 실천을 고민케 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