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내부에 있다
요즘 정치판은 부정선거와 중국발 여론 조작, 중국인 시위꾼 등을 비롯한 주제가 연일 미디어를 채우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이 문제는 내 인생에 큰 변곡점을 주었고, 결정적으로 아주 큰 가르침을 얻게 됐다. 바로 적에게 우리의 움직임을 노출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앞선 글에서 서술했듯 2020년 3월 중순을 지나 뉴스와 검찰에서는 대놓고 조사를 하겠다고 엄포했다. 마치 이제부터 수사할 것이니 다들 숨으라는 듯이 말이다.
마약과의 전쟁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텔레그램으로 마약 판매 및 구매가 활성화 되는 것 같으니 집중 단속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마약쟁이들이 바보도 아니고 텔레그램으로 이전처럼 활동할까? 다른 플랫폼으로 이참에 옮기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오히려 공식 발표가 그렇게 나와버리면 구매자들은 그전에는 안 쓰던 더욱 폐쇄적 채널들을 배우게 되고 결과적으로 범죄자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군가를 따져본다면 수사의 방향과 방법. 범위를 공지하는 것은 범죄자들에게 이익이 되며 그 과정에서 원래 시스템을 제공해 주던 용역 업체는 더 큰 금액을 요청하거나 기존의 방식보다 더 고도화된 전략으로 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상황들과 결과들을 미루어 볼 때 적이 내부 깊숙한 곳까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조사를 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너무도 형편없는 수준으로 안보 시스템은 박살 나 있을뿐더러 서울이라는 대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음지의 일들은 과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흔히 지구상 가장 위험한 화약고라 부르곤 한다. 이곳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세계 최강국들 간의 대리전으로 확전 되는 것이 자명하다. 또한 지정학적 교두보로 이념 전쟁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한복판에 있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이 살기 좋고 평화롭다고? 눈에 보이는 건 그럴 수 있다. 돈이 있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체감할 수 있듯 극심한 이념 갈등과 사회 갈등. 거기에 한국은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보이지 않은 전쟁을 하고 있는 북한을 북에 두고 있다.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과 간첩이 몇 명이나 될까? 전시상황임을 생각해 본다면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북에서 그렇게 보낸다면 그 주변 국가에선 얼마나 보낼 것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으로 피를 흘리지 않고도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다면 해당 국가를 이미 수족처럼 부리고 있는 상황임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 고위공직자 매수와 협박, 스폰서 등이 판을 치고, 미디어를 매수하여 편향적 메시지를 전한다. 자본주의의 논리로 이념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적이 어느 곳에도 있을 수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높거나 깊은 곳에 다 포진해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 내부에 얼마의 적이 침투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두를 의심해야 하고, 행동을 서로에게 감춰야 하며, 같은 목표를 가진 아군이더라도 아군끼리의 정보를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게 전면전을 주창한다. 전면전은 아무 효용성이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마약과의 전쟁을 한다고 선포를 하고, 특정 플랫폼을 감시한다고 해도 새로운 플랫폼과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는 꼴이 된다. 우리는 과거처럼 선전포고를 하고 하는 전쟁의 시대에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전쟁 속에 있고 적에게 알리지 않고 적진으로 숨어 들어가야만 하는 게릴라전만이 답인 시대에 왔다.
그렇기에 2020년, 약 5년 전의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공개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하는지,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까지 정보를 얻어왔는지, 누구와 함께 하는지 등을 절대로 공유하지 않는다. 멍청한 놈들이나 자신의 패를 보여주고 포커를 한다. 포커를 할 때는 패를 감춰야 하고, 패가 노출되는 순간 내가 어떤 전략을 해도 적을 이길 승산은 없다. 자명한 사실을 전략에 반영하지 못하는 이들은 아직도 수백 년 전 전쟁론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현대의 전쟁에서는 국력만으로 찍어 누르는 게 안되고, 군대의 위용만으로 전쟁을 억제하지는 못한다는 게 입증됐다. 비대칭 전력으로 특정 인물을 타겟팅하여 사살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테러는 정확히 누구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이버 테러는 더욱 그러하다. 흔적을 남기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이 공격이 어떤 집단에서 출발했는지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
적이 강하고 이미 모든 곳에 침투해 있다면 그들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있고, 동시에 여러 스폰서를 통해 훌륭한 스피커를 가지고 있을뿐더러 여론전에서도 막강한 힘을 보이고 있다면. 총체적 난국이다. 이 나라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이 되었고 그 위험한 상황 속에서 포지션을 노출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
국가의 뿌리를 두고 거래를 하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이는 과거 일제에게 국가 주권이 박탈당한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엔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국가의 주권을 양도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국익을 팔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이들인 셈이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좌우를 넘나들어 보니 중국에 나라를 팔고자 하는 이들은 양쪽 모두 존재한다.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 미국에 사람을 심을 때 보수진영에는 안 보내고 진보진영에만 보내겠는가. 보낸다면 1명만 후보로 세울까 아니면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도록 여러 명의 후보를 만들어둘까.
서쪽의 중국과 북쪽의 북한은 우리가 무시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적어도 권력 세습과 파워 게임에는 전 세계에 최고 전문가라 할 만큼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랬기에 시진핑이 연임에 성공하고도 큰 권력을 잃는 일이 없는 것이며, 북한은 3대 세습이라는 악의 고리를 만들고도 여전히 살아남은 곳이다. 북한이 경제력은 한국과 비교할 바가 안되지만 그들이 죽기 살기로 연마한 것은 무엇일까? 사회 분열. 간첩 파견 등 보나 마나 뻔한 것 아닌가. 중국은 어떠할까. 이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 이권을 취득하기 위해 온갖 사람들을 보내 자신들의 속국을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하는 국가다.
차이나 게이트는 음모론도 아니고 명백한 사실이며, 국가 단위의 정치 개입이 수십 년간 수많은 국가들에게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만 없다고 믿는 것은 순진하거나 같은 편이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그러니 제발 패를 공개하지 말고, 쉽게 눈에 보이는 것에 분노하고 감정적 동요하지 말고, 명백한 사실을 봐야 한다. 적에게 공격 위치를 미리 알려주는 것은 배신자가 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배신자가 이 안에 있는 동안은 패를 보여주고 하는 싸움과 같다고 봐야 한다.
나는 그들의 자본으로 손쉽게 사회적으로 높은 곳까지 올라간 이들이 언젠가 추락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예쁘장한 여자 연예인들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과 법조인들까지도. 저들이 우리 안에 적을 심어둔 것처럼 우리도 저들 안에 적을 심고, 우리도 저들을 분열시키며, 우리도 저들의 기반이 되는 기둥을 무너뜨린다.
견고해 보이는 식탁 위에 맛있는 음식이 많이 올라가 있다. 끝없이 배부를 것만 같던 그 식탁 아래에 식탁 다리 하나가 부러지는 날이 온다면 식탁 위의 음식은 모조리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들이 바보는 아니기에 다리를 많이도 만들어 두었다. 한두 개 정도는 부러져도 식탁은 멀쩡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어느 때에 식탁 다리가 모조리 주저앉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몇 개의 다리를 만들어뒀던 무너진다는 결과는 동일하다. 그러면 땅바닥에 떨어진 귀한 음식들은 이전처럼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