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5.
내가 힘이 없던 시절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었다. 강한 집단에 소속되면 많은 게 해결될 것 같았다. 학창 시절은 그런 소속감을 가르치는 시즌인 것 같다. 어떤 중학교, 어떤 고등학교, 어떤 대학교... 어딜 갔는지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판이 달라진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도 학벌이 좋으면 없던 호감도 생기고, 없던 신뢰감도 생긴다. 소속이 뭐라고 말이다.
세상과 나와의 차이점 중 하나를 꼽자면 나는 더 이상 소속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소속도 의미 없고, 누군가 현재 속한 소속을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 없었다. 세계적 기업의 C레벨들도 별 거 없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태반이 그랬다. 소속이 대단하고, 경력이 대단하고, 학벌이 대단하고 해 봤자 큰 차이가 없었다.
중요한 건 소속이 아닌 실력이다. 물론 확률적으로 수익성 높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 중엔 실력 좋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확률이 높은 것이지 그 집단 전체가 실력이 있다는 건 아니다.
소속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은 소속이 사라지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떠난다. 대기업에 속해서 한참 어깨에 힘이 들어간 친구들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언제나 어떤 곳에 소속된 것으로 평가받아왔으니 대기업이라는 소속이 주는 기분 좋은 족쇄가 꽤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들은 기업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거나 자기 마음 따라다닐 수 있다. 원한다면 들어가고. 원하지 않으면 나오고. 기업이 뽑아주는 게 아니라 기업이 그와 거래를 할 때 언제나 이득이라는 것을 기업이 알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집단의 보호를 받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거친 시장 경제에서 살아남는데 꽤 적응한 상태라 볼 수 있다. 집단이 없다면 여러 세금 신고부터 보험이나 여러 분쟁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기업은 그냥 돈만 주고 사람들을 쓰는 것 같지만 개인이 겪어야 하는 여러 귀찮은 행정 업무를 대행해주기도 한다. 특히나 강력한 기업들일 수록.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는 소속이 중요하지 않아져 버렸고,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소속이 있다면 그건 내가 이끌고 있는 조직뿐이다. 남들이 만들고 건설한 곳에 들어간다고 내가 달라지는 건 없다. 그저 사람들의 시선의 차이가 생길 뿐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별로 연연하지도 않는다. 연연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다. 내 마음대로 적고, 떠들고, 이야기하며 사는 방식.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조직에 따른 프리즘. 생각의 편향이 나는 무척이나 불편하다. 조직이 곧 개인의 성공으로 직결되는 것처럼 보이곤 한다. 조직에서 탈락한 사람은 실패자인 것처럼 보이고, 조직 안에서 잘 사다리를 탄 사람을 성공으로 묘사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세상은 그렇게 기업과 회사에서 사다리나 타면서 사는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닌 회사 밖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해 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내가 친하게 지냈던 사장님 중 한 분은 동대문에서 도매업을 하셨다. 젊은 나이에 자산은 300억을 훌쩍 넘겼다. 이 분은 놀랍게도 항상 겸손하셨고, 자신의 부를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사실 티가 무척이나 났다. 옷은 검소해도 타고 다니는 차는 4억 원이 조금 안 되는 차에 어느 곳을 가던 단 한 번도 돈을 내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으니.
이 분은 스스로 말하길 자신은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밤낮 옷공장에서 일이나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말은 어수룩하고, 사람을 쉽게 믿는다. 그러나 남들이 대단하다 말하는 길이 아니더라도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은 이루고도 남았다.
조직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소속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약해서 그렇다. 약하면 내가 머물 곳을 찾게 된다. 강자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봤는가. 강자라면 자신의 무리를 이끌지 누군가의 아래에 들어가 그곳에서 안락함을 찾지 않는다. 만약 어떤 곳에 소속되더라도 그것을 목적을 위해서 잠시 머무는 것일 뿐이다. 그게 강한 사람들이 세상을 사는 패턴이다.
소속되는 게 꿈이 아니라 소속될 필요가 없는 삶을 꿈꿔야 한다. 소속되는 게 꿈이라면 소속된 곳에서 버림받았을 때, 그때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늦게 잠에서 깨는 것일 뿐이다. 잠에서 깨라. 세상은 운 좋게 기업에 뽑혀서 그 자리에서 엉덩이 붙이고 안 잘리고 견디면서 사는 게 최선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사람이 되는 게 멋진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