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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전원 끄기

2025. 8. 5.

by 한상훈

전원을 끈 것처럼 휴가를 보냈다. 뜻하지 않은 휴가였다. 일정이 쭉 이어져 8월 2주쯤까지 바쁠 줄 알았는데 반대로 쉴 시간이 생긴 것이었다.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별 다른 저항도 없이 게 눈 감추듯 시간을 보냈다. 오래간만에 가지는 여유는 평온했다. 인생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없었고, 마치 자유인이 된 것처럼 시간을 보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파트너와의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반면선생이라도 본 것 같이 몇 가지 부족한 영양소를 몸에 충분히 제공해 주니 한 주만에 만족스럽게 몸을 작동시킬 방법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니 파트너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이번엔 더 길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남들과 나와의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나는 이제 진심으로 내 삶을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계기가 된 사건은 작년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중순 널 엔터프라이즈를 창업하고, 널 파이낸스의 초기 버전인 덱스 어그레게이터를 만들던 시기가 있었다. 0x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구현을 했었고, 생각보다 금방 만들 수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갈 대표적인 토큰을 넣어보는 것도 꽤 재밌었다. 물론 나중에 넣고 보니 정작 다른 토큰 간 거래는 다 잘 됐는데 이더와 토큰 간의 가장 기본 스왑은 에러가 있었다. 당시에 이더로 테스트할 돈이 없어 저렴한 옵티미즘과 다른 L1들만 테스트해 본 게 실수였다.


사실 널 파이낸스의 수익 모델과 무관하게 큰 메리트가 있는 상품은 아니었다. 0x 프로토콜은 나름 업데이트를 지속하는 재단이지만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건 사실상 없는 놈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이 재단 기반의 제품을 만드는 것도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만든 제품은 효용성을 잃어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기회가 몇 개 생기곤 했다.


그러면서 나는 몇 가지 프로젝트와 회사들과 일하면서 작년 후반기를 쭉 보내고, 이어서 올해 1분기까지 그들과 여러 일들을 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의 H재단과 한국의 B재단. 그 밖에도 몇 군대에서 쭉 일을 해오면서 각각의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보게 됐는데 그 안에서 꽤 선명한 답을 찾게 됐다.


그렇게 답을 찾아버리니 인생의 답은 명료해졌다. 사람들은 보통 은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살아간다. 또한 그 돈이 정해져도 그 돈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애초에 도달도 못하고 포기하곤 한다. 보통은 다 이런 식이다. 1년에 3000~4000만 원 정도의 노동 없는 수익이 발생하는 단계에 이르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 이율 5%의 세금을 고려해 10억 원 정도는 있어야 그것을 통해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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