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6.
언제나 보랏빛 세상이었다. 때로는 푸르른 녹색에서도 그를 보았으나 그를 상징하는 색은 아무리 봐도 보라색이 분명했다. 보라색 옷이라. 흔히 보기는 어려운 색이다. 아버지는 종종 보랏빛 넥타이와 보라색 카라티를 입곤 하셨다. 아버지는 고급스러운 색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기에 금 브로치가 붙은 넥타이도 멋들어지게 소화할 수 있었다.
반면 신의 보랏빛은 조금 달랐다. 정확히는 보라색과 진홍색, 자주색의 혼합체. 그 속에서 나는, 아니 우리는 아주 오랜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밖에 보이는 세상은 창 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처럼 느껴지곤 했다. 눈에는 보이지만 창이라는 프리즘에 막혀 약간의 흐려짐과 얼룩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계 말이다. 평생을 창을 통해 세상을 봤다면 그것은 온전히 세상을 본 것일까. 아니면 먼 곳에서 얼룩진 창 그대로의 편집된 모습만 본 것일까. 분명 후자일 것이다.
그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많은 심정들을 토해냈던 것 같다. 다 큰 어른이 구슬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는 일은 보기 힘들겠지만 보랏빛 옷을 입은 신은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무척이나 냉담해졌었던 것 같다. 많은 시도가 무산되면서 정신적으로 꽤 지쳐버린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적으로 지쳐있을지라도 영혼은 지치지 않았는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타는 목마름으로 우물을 파내려 갔다.
타는 목마름은 도통 가라앉지 않았나 보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마셔도, 원하는 것들의 맛을 보더라도 제대로 목마름을 채우지 못하고, 갈음할 길을 잃은 채 걸신들린 사내마냥 돌아다녔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기록하던 말이다. 나는 완전한 사람이 아닌 아주 검은 잿가루로 범벅된 영혼 속에서 물을 찾아다니는 걸인에 가까운 사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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