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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세계 선택

2025. 10. 3.

by 한상훈

며칠 전 아주 선명하고 오래된 꿈을 다시 꾸었다. 나는 수년간 꿈을 기록해오다 보니 꿈의 반복을 비교적 쉽게 눈치챌 수 있게 되었다. 몇 번이나 똑같은 꿈을 꾸었는지도 기록을 세어보면 셀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며칠 전 꿈은 마치 4k로 촬영된 영상만큼이나 선명하고 찬란했다. 그곳에서 나는 가족들과 어두운 밤에 잠을 청하고 있었다. 옛날 한 지붕에서 하나의 이불을 같이 덮고 자는 그런 모습이었다. 나와 부모님, 그리고 형제들. 아마도 여동생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잠을 자던 중 나는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은 붉은 하늘이 있는 사막이었다. 사막의 모습은 시간을 담고 있었다. 내가 서있는 곳의 시간은 천천히 흘렀지만 바라보고 있는 사막은 1초가 1일인 것처럼, 아니 더 빠른 것처럼 선인장이 자라고 죽고, 자라고 죽는 모습이 반복됐다. 바람이 불어 모레가 이리저리 언덕을 만들고, 언덕이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모레 속에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완전히 파묻혀있다 바람에 따라 모레가 치워지자 거칠고 검은 머리칼이 보였고, 그다음은 이마와 검은 눈, 그리고 얼굴이 순서대로 보였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그는 모레에서 벗어나 앳된 청년의 모습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수염이 가득하고, 머리칼은 길었지만 피부와 눈은 분명 10대 후반쯤 되는 눈빛이었다. 그는 나를 보고 나는 그를 보고. 그러고 나서 돌아갈 집을 보고, 다시 그를 보려 등을 돌리자 그는 사라지고 내 눈앞에는 수많은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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