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거룩함

2026. 1. 12.

by 한상훈

나는 그다지 깨끗하고 거룩한 사람은 아니다. 특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지쳐있던 시기에는 TV에 나올 법한 쓰레기 집은 아니지만 꽤 더럽게 지냈던 시간이 있었다. 싱크대는 더럽고, 냉장고는 부패한 음식물이 가득 차고, 쓰레기는 도통 버리지 않고.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가는 것처럼 살고 있는 곳도 엉망이 됐었다. 그런 곳에서 지내다 보니 병이 안 생기는 게 이상했다. 뜻 모를 마른기침을 계속하는 오고, 몇 달을 고생하고 나서야 나는 병의 원인이 집안을 가득 채운 온갖 더러움과 곰팡이 균 때문이었다는 걸 알았다.


철저하게 살려고 했지만 실상은 내면이 방치된 일이 많았다. 내면의 모습은 내 거처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정돈되지 않고, 머리카락과 먼지가 바닥을 뒹굴고. 겉은 깨끗해 보여도 최소한의 깨끗함만을 챙겼을 뿐 정상이 아닌 모습. 그런 상황에서 차이점이라면 임계점을 넘길 만큼 심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의 기준을 넘지 않는 정도로만 나를 방치해 둔 상태로, 널브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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