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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23. 2020

약함(Weakness)

강인하지 못한 사람은 나약한 것일까

매운 맛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 혀에서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그가 아무렇지 않게 매운걸 먹을 때 사람들은 그를 칭찬했다. "저 친구 매운거 땀도 안 흘리고 먹는다니까!", "보면 놀라워!" 하지만 그가 매운맛을 못 느끼는건 축복이 아니었다. 매운 음식은 위와 내장을 손상시켰다. 입에서는 아무렇지 않지만 속은 점점 상하고 있었다. 


노인은 많은 신체 기관이 약해진다. 맛을 잘 못 느끼고, 이가 빠진다. 그러면 그것은 저주일까? 어쩌면 도리어 축복이다. 내장이 약해지기 때문에 젊은 시절처럼 소화가 많이 필요한 음식을 먹는건 도리어 건강에 안 좋다. 이가 약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찾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약해졌을지라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강함과 약함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강한건 좋은 것, 약한 건 나쁜 것. 그래서 약함을 의식적으로 없애려 하거나 약함을 죄악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약함이 언제나 나쁜 것일 순 없다. 도리어 약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더 빛날 수 있다.


모두가 강인한 전사일 필요는 없다. 떨어지는 낙엽, 시드는 꽃을 보고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사람도 사회에 분명 필요하다. 조직에서도 예민한 사람과 예민하지 않는 사람이 섞여있어야 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주변의 변화를 쉽게 감지하고, 스트레스를 표출해 환경이 나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 적극적인 사람, 강인하고,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사람들을 높게 대우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쁜 사람'처럼 대우하기도 한다.


우리는 강인함을 미덕으로 삼지만 언제나 그것이 미덕이 될 순 없다. 강인하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정신적인 고통에 무뎌진 것을 뜻한다. 고통에 무뎌진 사람은 타인의 작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이들 중 배려심이 있는 사람들은 작은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겠지만, 반대로 작은 고통을 폄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약함은 언제나 약함이 아니다. 도리어 약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될 수 있는 사람,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의 가치를 폄하할 필요가 없다. 남들보다 강인하지 못하다고, 남들보다 예민하다고, 남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자신을 낮출 필요가 없다. 자신의 약함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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