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훈 Feb 11. 2022

드뷔시의 달빛

마지막 순간. 가장 밝고 고요하게.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이라는 곡을 좋아합니다.  곡을 들으면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호숫가를 바라보는  같습니다.  편으로는 노년의 나이가 되어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듣고 싶은 곡이기도 합니다.


저는 10년 후의 자신, 20년 후의 자신, 그리고 아주 나이가 많아진 자신을 자주 생각해보곤 합니다. 마흔의 나는 지금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앞으로 10년 동안 있을 일을 모두 알고 있는 나는 나를 응원할까 아니면 결정을 돌이키라 말할까.


저는 서른한 살 밖에 안됐지만 제게 남은 시간이 적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제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일하고 가족을 부양할 부담 없이 뛸 수 있는 시간은 몇 년 밖에 남지 않았을 겁니다. 젊음이라는 시간을 환하게 태우지 않는다면 무척이나 후회하며 살 것 같습니다.


곧 있을 좋은 날을 앞두고 좌절하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도 없을 겁니다. 한 번만 더 해내자. 한 번만 더 나를 뛰어넘어보자. 그렇게 말하며 산다면 빛나는 청춘으로, 후회 없는 젊음을 보냈노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것 같습니다.


노년에 평온한 호숫가에서 조용한 밤을 보내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많은 사랑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열정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세상에 도움이 될 것들을 만들며 낮과 밤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먼 훗날 머리가 희어졌을 때도 밝게 웃으며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고마운 추억이고 고마운 내 과거가 될 겁니다. 내 인생에 가장 고마운 사람이 바로 제 자신이 될 겁니다.


짐을 지고 나아갑니다. 미래에 밝게 미소 짓고 있는 나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곳이 곧 오리라. 설령 오지 않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미래의 나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흐르는 드뷔시의 달빛처럼 왔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97_VJve7UVc

조성진 피아니스트님께서 연주한 ‘드뷔시 달빛’


매거진의 이전글 코비 브라이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