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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pr 08. 2023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디서부터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고등학생 때부터 교정을 받으러 서울에 위치한 치과에 다녔다. 고향 평택에서는 고쳐준다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꿈을 꿨었다. 아주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농구 경기에서 이기고,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이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어린 시절처럼 꿈을 꾸는 시간은 줄었다. 생각해 보니 꿈이란 걸 꾸기보단 삶의 정적과 침묵의 시간을 인터넷과 유튜브로 채워 넣고 있었다. 삶 속에 무료함도 침묵도 정적도 잃어버리고 동시에 꿈을 꾸는 힘도 잃어버렸다.


의도적으로 고요함을 찾아다닌다. 사람들 속에서 여러 생각이 펼쳐나가게 자신을 내버려 둔다. 그러니 고요함 속에서 새로운 꿈이 자라나고 현실과 꿈 사이의 거리를 가늠한다.


사업을 준비하고 실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8년간 12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어쩌면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좁혀져 간 것 같다. 어느 날 주변을 보니 사무실이 생겼고, 직원들이 생겼다. 어느 날 주변을 보니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차가 생겼다.


해외로 출장 다니고, 책을 쓰고, 대학과 온라인에서 강의를 하고, 테드에서 강연하고, 여러 회사에서 일도 해보고, 온갖 대기업들을 다니고. 낯설던 강남땅에서 산지 벌써 5년. 하루에도 두어 번씩 선릉과 삼성을 오가고, 여의도와 한남동을 다닌다.


어쩌다 보니 뮤지컬을 만들고 있고,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에게 파트너사를 찾아주기도 한다. 국제공항에 들어갈 수장고 사업을 돕고, 국내 최고 갤러리들과 조각 투자 상품을 만든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여정인지 어디를 향해가는 여정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나 스스로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정의하지 못하겠다.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처럼 고요함 속에서 꿈을 꾸고 싶다. 수많은 일 속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일까. 어떤 삶을 살아야 더 가치 있는 젊은 날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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