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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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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ug 19. 2023

1월 29일

2023. 1. 29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들추어 본 것 같았다. 학창 시절 가지고 있던 꿈이나 전국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 같은 것들.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았기에 그 감정과 신념에 휩쓸려 땀을 흘리고, 밤을 지새우는 일들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에겐 항상 삶의 이유가 많지 않았다. 학창 시절엔 농구와 공부가 가슴속 텅 빈 공간을 채워주었고, 그 공간을 사람들의 칭찬과 대단한 노력과 결과로 채우면 공허한 인생에 가치가 생길 것 같았다. 대학생 때 방황했던 것도 힘들게 채운 3년의 시간이 공허한 가슴을 채우는 것과는 무관한 노력이란 걸 알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처럼 비어있는 사람들에겐 모든 게 선명하게 보이곤 한다. 사람들의 별 것 아닌 고민은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고, 별 것 아닌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모습도 별 것 아닌 사람들의 별 것 아닌 고생으로 보인다. 그들은 살아갈 이유가 언제나 가득 차있기에 삶을 떠나는 것에 대한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고 살아왔고, 나는 반대로 삶을 이어갈 이유가 없었기에 그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무너질 때가 곧 삶의 끝이기도 했다.


살아갈 이유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겐 꿈이나 목표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꿈이나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살아가야만 할 마지막 이유도 사라지곤 한다. 불평불만을 하면서 이전의 삶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들은 불평불만을 하지만 막상 삶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그들이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영화에선 '전국 최고에 대한 열망'을 주인공들이 보여주곤 한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새벽과 저녁에도 달리고, 강해진다. 나는 전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종종 말하고 다니던 좋은 회사에 대한 열망을 주인공들을 보면서 느꼈다. 좋은 회사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산다면서 막상 좋은 회사를 만들지 못했고, 좋은 대표도 아니었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어린 시절 나는 분명 부족하지만 꿈을 향해 땀을 흘리며 나아갔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변명하며 지금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나는 공허한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정한 살아갈 이유들과 이유가 되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떨까. 사랑하는 큰 아들과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주인공 송태섭의 어머니처럼 살고 있을까. 아니면 나도 그들과 같은 곳을 향해 나를 내던질까.


영화에선 청년들이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장면을 조금 보여주며 마무리 됐다. 모든 걸 건 경기를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면 찰나인 순간일 텐데. 그러나 그 한순간을 위해 17년 동안 농구라는 하나의 길을 걸어온 걸 생각하면 모든 게 이해된다. 


그래서 나는 영화의 모든 장면이 아름다웠다. 영화 속에서 잊었던 자신을 발견한 것 같았고, 코트 위에서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와 주변의 고요함, 먹먹한 귀를 뚫고 들려오는 사람들의 함성소리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짧지만 추억과 이유가 모두 떠오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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