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여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훈 Feb 23. 2024

역사의 순간

2024. 2. 23

삶에 괴로운 순간을 만날 때 이런 고민을 하곤 한다.


역사적인 인물이라면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존경하는 기업가들을 떠올리며 그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해보곤 한다. 신에게 기도하듯 나는 그들을 떠올린다.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논의한다. 한국을 빛낸 여러 거인들. 역동의 세월을 이겨낸 현대사의 위인들. 현시대를 이끌어가는 인물들. 소설 '폰더 씨의 위대한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Bundesarchiv Bild 183-R67561, Potsdamer Konferenz, Konferenztisch


그렇기에 역사적인 순간은 가까이에 있다고 믿는다. 영웅적인 선택이라는 건 그 시점에서는 의미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위대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단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위인이나 유명인이라고 해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인간의 삶을 바꿀 역사적인 선택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힘든 시절을 겪고 있다면 영웅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범인(凡人)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선택. 그것을 해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영웅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지금 난세라면 영웅이 될 수도 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피난민들이 될 수도 있다. 평민들을 수탈하는 탐관오리가 될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시대를 바꿀 선택을 하고 싶다. 천 명의 내가 있다면 그중 단 한 명이 선택할만한. 용감하고, 담대한 결단을 내리고 싶다. 10,000명의 내가 있다면 수 많은 운명선에서 가장 위대한 선택을 하는 유일한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내고 싶다. 신께서 정한 운명선을 뿌리째 들어내어 새로운 길로 밀어붙인다. 신은 당혹스럽겠지만 분명 흐뭇하게 웃을 것이다.


폰더씨의 위대한 결정처럼 내가 택할 수 있는 수만 가지 선택지 중 가장 위대한 결정을 내리고 싶다. 가장 신에 뜻에 부합한 선택을 내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의로운 길을 걷겠다는 오만함도 아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을 원한다. 정답지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내가 정한 정답을 향해 온 힘을 쏟는다.


나는 여전히 불타고 있는 사람이다. 하루에 몇 시간을 쓰던 나는 세상의 꼭대기에 도달해 그곳의 고요함과 적막함, 온갖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하고 창대한 빛을 선글라스 없이 눈으로 마주하고 싶다. 세상의 정상에 가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은 매일 매 순간 해야 하는 선택을 고르는 것일 뿐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일지 안락한 보금자리를 향하는 길일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결정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믿어준 모든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그들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고 싶다. 큰 빚을 지고 살았다 생각한다. 키워주신 부모님, 가족들, 그리고 나를 믿고 여러 도전들과 사업들을 함께 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여전히 빚진 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내 마음은 죄인이고, 마음의 죄를 씻어낼 길은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이다.


여정의 끝을 생각해보곤 한다. 노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존경하는 많은 분들과 오랫동안 친구가 되고 싶다. 세상을 살면서 만나게 된 훌륭한 선생님들, 대표님들, 동료들. 그들과 10년, 20년, 아니 여정의 끝에 도달할 때까지. 길고 긴 목적지가 찬란하기를 바라며. 걸어간다.


삶이 옳은 길을 향했다면 이 길의 끝에서, 죽어서 마주할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 나를 기다려줄 먼저 간 선배들과 형제들이 있으리라. 나는 그 순간을 꿈꾸곤 한다. 마치 소설 '오두막'에서 처럼.



모든 순간들이 역사적인 순간들이 되어 기록되어 가고 있다. 작아 보이는 글자 하나하나가 쌓이고, 불확실하고 불분명했던 젊은 시절의 감정들과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인생을 쌓아간다. 모든 기록들이 결국은 나라는 작은 존재가 이 지구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해줄 것이다.


여전히 나는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여전히 나는 이 삶의 끝에 평안이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다. 먼저 간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기다려줄 것이라 믿고 있다. 비록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시간이 차면 결국 만나게 되리라. 나는 믿는다.


순간은 소중하고, 순간은 역사적이다. 


가장 개인적이며 가장 역사적인 이 순간. 


이것을 기록해 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