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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04. 2024

바이러스

20204. 9. 4.

백신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백신 회사만이 해결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이다. 


다른 백신 회사들도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에 대처하겠지만, 대중들의 인식에는 바이러스를 곧장 해결한 백신 회사가 가장 능력 있어 보일 것이다.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통을 주고 해결책을 준다. 그러면 고통에서 해결해 주었다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추앙받는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 나오는 엄브렐러 코퍼레이션도 비슷하다. 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백신을 소유한다. 가장 강력한 권력을 얻는 방법이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기업을 블랙 기업이라 부른다. 상도의를 벗어난 파렴치한 행동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다. 그러나 블랙 기업을 감시하는 이들은 적다. 우리가 찬양하는 기업과 제품 중에서 몇이나 블랙기업인지 아닌지 판별이나 해보겠는가. 


내가 혐오하는 집단 중 하나는 바로 언론이다. 가장 존경받아야 할 집단임에도 스스로 그 빛을 지워버렸다. 왜 그런가. 그들은 언론의 힘과 권위를 바탕으로 권력에 기생한다. 사람들을 속이고 온갖 정보를 바탕으로 이득을 취하거나 위해를 가한다. 블랙 기업이다. 기자들이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기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기자들은 부당하게 얻은 정보를 거래해서 살아간다. 정보라는 이름과 언론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칼처럼 찌른다. 


얼마 전 논란이 된 사이커렉카 유튜버들도 전혀 다르지 않다. 약점을 쥐고 돈을 요구한다. 바이러스를 만들어두고, 백신을 파는 격이다. 블랙 기업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바이러스는 하나의 경제처럼 계속해서 이윤을 만들어낸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피해자가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 피해자를 만드는 기업과 개인들. 나는 그들이 자본주의에 남겨진 혐오스러운 벌레라 생각한다.


벌레에는 살충제가 필요한 법이다. 누가 살충제인가. 안타깝게도 살충제를 자처하는 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블랙기업은 그들이 하는 행동을 살아남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라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일을 밥그릇이라고 표현한다. 피해자들의 살과 피가 담긴 밥그릇을 먹는 것에 양심에 가책이 없는 이들이기에 그들은 그렇게 지은 밥이 목구멍으로 잘 들어가나 보다. 


이러한 이유에서 블랙 기업을 상대하는 일은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블랙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 또한 블랙 기업에 고객들 역시 상대해야 한다. 그들은 엄밀히 말하면 피해자지만 안타깝게도 가해자를 옹호하는 피해자가 된다. 결국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블랙 기업에 대한 공격은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사실도 모른다. '나에게 백신을 줬으니 고마운 존재 아니야? 나에게 백신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 건데?' 하면서 노예로 살기를 자처한다. 


또한 블랙 기업에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있다. 우습지 그지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범죄에 가담한다. 기업에 대한 공격은 자신의 생계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을 죽이는 바이러스를 파는 것과 자신들이 하는 일의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하니 월급을 벌기 위해 범죄에 가담한다. 기가 찬 상황이지만 블랙 기업을 상대한다는 일은 이런 것이다. 


그뿐인가. 그들은 보통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법의 보호를 받으려 한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그들이 궁지에 몰리면 가장 먼저 내뱉는 말이면서 동시에 정작 법적 싸움에서는 승리하지 못한다. 두려움에 떠는 개가 시끄럽게 짖는 것처럼. 위협을 하고, 회유를 하고. 깡패들이나 할 법한 전략이고, 동시에 그런 전략 말고는 없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만든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들은 암세포와 같다. 완전히 잘라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증식하고 계속해서 변이 한다. 나는 범죄자들과 사기꾼들을 만나보면서 그들의 마인드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패했을 때 이 길이 옳지 않으니 정상적인 길로 가자고 하지 않는다. "더 악랄하게 하자. 더 선을 넘자."와 같은 인간 말종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이들이 역지사지를 전혀 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기심이 극단적으로 발현되어 자신이 당하면 참을 수 없을 일들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타인에게 찌르는 칼의 아픔을 상상하지 못하고, 본인이 찔리는 칼의 아픔은 배로 느끼는 것이다. 끔찍한 어둠이면서 동시에 모든 곳에 산재한 어둠과 같다. 기업의 어두운 면을 마주한다는 것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시키는 일을 하며 월급 받아가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용기 있는 자가 진실을 마주하고, 마주한 진실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만약 우리 사회가 엉망이라면 어떨까. 길거리에서 다 큰 어른이 연약한 어린아이를 이유 없이 패고 있어도 모두가 침묵한다면 어떨까.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침묵한 그 사회는 결국 모두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모두가 겁쟁이들이 된다면 겁이 없는 미치광이들이 선을 넘고 다니기에 편안한 사회가 된다. 겁쟁이가 되어선 안된다.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나는 시대의 어른들을 찾고 싶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한 삶도 위대하지만 사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 의지가 있는 이들을 찾고 싶었다. 내가 수많은 회장들과 대표들을 만나고 나서도 전혀 존경심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은 언제라도 블랙 기업이 될 수 있었고, 블랙 기업과 야합을 노리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 심지어 수백, 수천, 수만의 피해자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이들. 그들이 평생 몇백억을 벌던 난 그들을 전혀 존경할 수가 없었다. 이딴 쓰레기 같은 이들이 세바시 같은 곳에 나와서 인생 강연 따위를 팔아 내는 꼴을 보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나이만 먹은 인간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바이러스와 바이러스를 생산하는 기업과 싸우는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사상을 주입하려는 프로파간다로 살아가는 이들.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인간을 신처럼 추앙하는 이들. 언론의 탈을 쓰고 정보의 칼로 깡패짓을 하는 이들. 국민 기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매달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합법적으로 털어가는 이들. 


종종 사람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문제의 출발점은 찾지 못할지라도, 지금 놓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언제나 존재한다. 사회는 학교와 전혀 다르지 않다. 작은 반에 일진 한 두 명이 까불고 다닐 때, 평범한 친구들 20~30명이 한 마음으로 보호한다면 일진이 그들 모두를 폭행하고, 군림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충분히 이길 힘이 있는 평범한 이들이 모두 겁쟁이가 되어 폭력에 침묵하기에 교실이 지옥이 된다. 겁쟁이들을 위한 유토피아는 없다.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 폭력은 지금 나를 향하지 않더라도 나의 자식 또는 내가 속한 다른 집단에서 똑같이 생길 수 있다.


바이러스를 막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눈에 보이는 바이러스가 다 사라지고 나면 대중들은 물을 것이다. "도대체 저들은 왜 필요한 것이지?" 마치 평화의 시기가 도래하면 "군인들은 왜 저렇게 많이 필요한 것이지?" 하며 이중잣대로 효용성을 물어보겠지. 칼을 든 병사들 앞에서 너는 이제 쓸모없다 말하는 배짱은 자신의 목에 칼이 향하지 않을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얼마나 평화에 찌들어 있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얼마나 온실에서 살아왔으면 온몸에 흉터 하나가 없겠는가. 얼마나 박쥐처럼 살아왔으면 신념을 위해 싸우면서 생긴 흉터가 하나 없겠는가. 


흠 없는 고결한 인간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사람의 행적에는 흉터가 남고, 신념을 위한 싸움에는 정반대의 신념과의 대립이 생긴다. 나의 신념도 그렇겠지. 내 몸에 흉터가 남고, 때로는 더 많은 시간과 인생이 어둠 속에서 산산이 흩어져 "도대체 뭘 하고 사셨어요?" 하면서 기록될 수 없는 이야기로 남겠지. 그럼 나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할 거야.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따라 살아왔지. 너는 뭘 하면서 살아왔니?" 


Blame It on My Youth · Brad Mehld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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