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3.
나는 생일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됐다. 내 생일인 1992년 2월 4일은 음력 1월 1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가장 경계하는 서비스가 탄생한 날이기도 하다. 바로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2004년 2월 4일에 만들어졌고, 놀랍게도 그날 미 국방성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운영 중인 라이프로그도 사라진다. 재밌는 우연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살아온 길과 요즘 생각하는 것, 방문한 곳,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를 만드는 서비스가 미 국방성에서 운영 중이다가 하버드의 한 젊은이가 시작한 스타트업이 출시한 날에 종료가 됐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메타의 임원진들 중 미 국방성 출신과 정보부 출신들이 많다는 것도 기가 막힌 우연이 아니겠는가. 이것도 우연이 아니겠는가.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중 제로 투 원의 저자 피터 틸. 그가 만든 회사가 테러를 막고, 국방성을 비롯한 FBI, CIA 등에 솔루션 제공 업체인 펠런티어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것도 우연이 아니겠는가. 저커버그가 만난 숀 파커도 우연이 아니겠는가. 그뿐 아니라 라이프로그의 직장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링크드인을 만든 리드 호프먼도 모조리 다 우연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기가 막힌 우연의 연속이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많이 본 케이스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아주 젊은 인물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성공이 이뤄졌다면 그를 강력하게 돕는 백커가 있었다는 점이고, 백커의 목적을 위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살고 있는 대표들. 당당하게 거창한 상을 받고,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상은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선발된 선수였다는 점. 전혀 부러울 것이 없었다. 꼭두각시로 살아가는 것이 나은 것인가.
때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2010년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행하게 된 페이스북을 보면서 나도 저커버그처럼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초라한 대학생활을 하는 나와 비교되는 성공이 간절하게도 부러웠다. 그래서 만들었던 수많은 버전의 작은 페이스북들.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공부하기 시작한 프로그래밍과 그로 인해 보낸 지난 10년 넘는 시간들. 하지만 이제와 서보니 그 모든 게 배역이었다면 오히려 모든 게 납득이 된다. 그랬기에 그렇게 되었구나. 이해할 수 있다.
2월 4일은 그런 의미로 바뀌었다. 태어난 날이면서 동시에 부숴야 할 서비스를 보게 된 것 같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메타에서 만든 제품이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 침해와 감시 검열이 들어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툭하면 열리는 왓츠앱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자신의 대부분의 정보들. 그렇기에 요즘 해킹은 참 우스운 것이다. 자발적으로 능동적으로 자신을 공개하고 있으니 보는 것이 참으로 쉽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한다. 그곳에 태그 된 장소, 앱 기록 활동 내역을 바탕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관심사로 무엇을 하는지 모조리 다 알 수 있다. 애플에서 추적 금지를 만들기 전까지도 그렇게 모조리 추적해 왔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중국의 황금 방패만 검열인가. 그것만이 사람들을 감시하는 시스템인가. 리드 호프먼의 링크드인은?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은? 모두 안전하고 신뢰할만한가? 그렇게 신뢰할 수 있다면 왜 저커버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청문회에 불려 가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며 개인 정보 침해를 하지 않는다 주장하는가. 내 싸움은 점점 더 선명하다. 갈 길은 너무도 선명하다. 자유를 향한 싸움. 국가라는 이름으로, 범죄에게서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뽑아가는 인간의 기본권. 누가 더 중한 악인가. 누가 더 무거운 악인가. 나는 무게 추가 어디로 기울었는지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