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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24. 2024

강인함의 저주

2024. 11. 24.

Heinali - Sway, sway


강인하다는 모습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뎌내는 태도로 알 수 있다. 훈련 중인 선수들을 보면 그렇다. 고통스러운 훈련을 매일매일 지속하면서도 그 훈련을 놓지 못한다. 때로는 부상을 입어도 훈련에 참여한다. 전설적인 농구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오프와 NBA 파이널 무대를 위해 어깨가 탈구되거나 손가락이 꺾이는 상황이 와도 견디고 플레이를 하곤 했다. 비교적 단신으로 NBA에서 전설을 썼던 엘런 아이버슨도 마찬가지였다. LA와의 결승까지 오르는 동안 온몸에 부상이란 부상은 모조리 입어 성한 곳이 없었다.


강인함은 그런 것이다. 몸이 아파도 견뎌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강인함의 진면목이고, 또한 강인함의 저주이기도 하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허리와 등에 큰 부상을 입어 뛰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린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 올라갈 수 있는 토너먼트 경기였기에 산왕이라는 가장 강한 적을 상대로 꼭 승리하기 위해 쉬지 않고 경기에서 더 뛴다. 강백호의 투혼으로 북산은 산왕을 이겼지만 바로 다음 경기에 패배하게 된다. 그리고 후술 된 이야기에서 다뤄지듯 강백호는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재활 치료를 받는 모습이 나오게 된다. 강인한 마음이 승리를 이끌었지만, 작중 강백호는 농구 선수로는 성공할 수 없는 몸으로, 재활로 몇 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정신력이 너무 강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병을 키우곤 한다. 작은 병을 견디며 살아가다 작은 병이 큰 병이 되고, 큰 병으로 인해 더 위험에 놓이곤 한다. 강인함은 낭만적이기도 하고, 같은 인간으로서 존경심을 이끌어낼 만한 모습일 수 있으나,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들어 자신을 부러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나에게 있어서도 강인함은 저주가 되었다. 학창 시절 체력을 키우고 싶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고, 그 덕분에 고등학교 3학년 6월에 1달간 병원과 집에서 재활을 해야 했다. 체력을 키우겠다고 했으나 정작 체력을 잃었고, 귀중한 시간도 잃었다. 사업을 할 때도 그랬다. 내가 믿는 제품을 어떻게 서든 만들어보자, 만들어보자 하며 고통스러운 순간이 와도 견디며 만들어갔지만 결국 실패하곤 했다. 엄살을 피웠다면 조금 아팠을 때 그만하거나 아니면 나를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다녔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고통을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다짐했었다.


고통을 견디는 태도가 꼭 좋지만은 않은 것처럼 강인함도 똑같다. 많은 보디빌더들은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디스크가 손상되거나 무릎이 손상되어 운동을 하기 전보다 상황이 안 좋아지곤 한다. 그렇기에 극단적 강인함은 뜨거운 불 같아서 불이 너무 뜨거워져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상황이 와버릴 수 있다. 뜨거운 불로 달궈진 철은 쉽게 변형되지만 동시에 너무 뜨거워지면 녹아버리는 것처럼, 강인함도 강하면 결국 사람을 무너뜨리게 된다.


세상의 대부분의 성품이 단점만 있는 게 아니고 장점과 단점이 혼재한다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강인함도 일반적으로는 좋은 표현이지만 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고, 우리가 말하는 그 어떤 삶의 좋은 성품도 과했을 때 나쁜 면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에 보편적 기준으로 좋은 평가가 꼭 좋은 평가가 아닐 것이다.


단면만 보고 세상을 알 수는 없었다. 음과 양. 모든 면에 숨겨진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그것은 사람의 성품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기에 때론 두렵다. 강인함의 어두운 면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평가하는 나쁜 성품들에도 좋은 면이 숨겨져 있으니, 무엇 하나 완전히 옳다 그르다를 판별할 수는 없었다. 지식이 가득 차서 생긴 저주만큼이나 강하고 선한 인품 속에도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함정이 숨겨져 있으니, 무엇이든 넘치지 않은 잔 속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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