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12] 2025년 12월 29일 월요일
오늘 새벽에 눈이 떠졌어. 5시 38분.
'아직 1시간 넘게 더 자도 되네' 하며 눈을 감았는데 빗소리가 들리더라고.
너를 만나는 날 새벽에 오는 비에, 내가 촉촉해지는 것 같아서 잠결에도 나는 좋았어.
나는 아직도, 너에게 해 줄 말을 찾지 못했어.
머리에 떠오르는 말 들이 모두 너무 성의 없게 느껴져 입 밖으로 낼 수가 없다.
맥락 없이 불안한 날들을 겪다가, 어느 날 맥락이 보이는 공포감을 마주하고 크게 울었던 기억이 있어.
너 역시도 나와 같은 순서로 오르내림을 반복하겠지.
그럴 때마다 가슴이 쿵쿵 무너지는데, 그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침도 삼키고, 이도 악물어 보고, 숨을 쪼개어 내쉬기도 하고, 미간을 찌푸려 관자놀이를 자극해 보기도 하고, 천장을 쳐다보기도 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실험실을 왔다 갔다 하기도 했어. 근데 그럴수록 오히려 더 선명하게 고통스럽더라.
그런데 그때 깨달은 건,
그럼에도 내가 이 두려움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만 비로소
뾰족했던 주파수를 부드럽게 하고, 한계 없이 출렁대던 진폭을 내 숨 안에 가둘 수 있더라는 거였어.
나는 소리 없이 코로 또는 입으로 내는 긴 한숨이 도움이 됐어.
명치를 막고 있는 불안을 목구멍과 입천장까지 한 껏 끌어올려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내뱉는 숨.
내 몸 전체에 붙어 있던 불안을 그렇게 한숨 한숨 덜어냈다.
YJ, 극복하려 애쓰지 마.
진폭을 줄이고, 주파수를 낮추고, 주기를 길게 만들어 보자.
그 과정에서 밖으로 소리를 내야 한다면, 내가 들어줄게.
우리 같이 불안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