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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순한진심 Mar 20. 2024

이 또한 지나가리라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나의 현실히 지극히 서럽게 느껴지는 순간 말이다. 어제가 나에게 그런날이였다.

원래 감성적인 사람이지만 보통 긍정적인 사람이라 부정적인 감정에 오래 머무는 편은 아니다.


회사에서 청소 당번이 되어 센터 물청소를 하면서 갑자기 10년후, 20년 후에도 이렇게 물청소하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과 나는 왜 지금까지 계속 가난한걸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조금 나왔다. 나는 유년시절부터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걸 돈 걱정 안 하고 먹어 본 적이 없다. 나의 꿈은 식당 가서 가격표 보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 시켜 먹고, 길거리에서 예쁜 것을 보면 통장 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살 수 있는 그 정도의 여유면 되는데 왜 서른 초반인 지금까지도 어려운지 나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나는 지금까지 늘 내가 잘 될 거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차 갈 수록 그 확신은 흐릿해져 가고 있다. 아마도 어릴 때는 현실 직시를 잘 못해서 그랬을 거고, 또 그냥 열심히 살면 당연히 잘 될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서른이 조금 넘으니 나와 주변이 보이고, 사회 시스템의 불균형이 보이면서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지하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느낌이 엄습했다. 


그리고 지난 나의 선택들을 뒤 돌아 보았다. 대학 동기들과 친구들이 대기업 취업을 준비 할 때는 나는 NGO 입사를 알아 봤고, 화려한 스펙을 만들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적성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대학 4년은 그냥 지나갔고 25살에 결혼 후 신랑 따라 대만으로 유학 갔다. 대만 유학 다음은 미국행이였지만 코로나와 임신으로 계획은 무기한 연기 되고 신랑은 국내 대학원을 다니녀 경제 활동을 시작했고, 나는 근간히 재단 알바/카페알바/사무보고 등의 알바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런 생활이 지속 되다 보니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우리집 수익은 그대로이다. 그러다 보니 외출이 두렵고 지출이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몇일 전 남편이랑 밤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했지만 나의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내년에 또 이사를 가야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사 온지 이제 일년 됬는데 또 다시 이사 간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안 좋았다. 아이도 이제 커가고 우리도 이제 뿌리를 내리고 앞으로 살아갈 지역을 정해야 한다는 신랑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이사 비용과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하는 것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나와 신랑은 돈이 먼저인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덨다면 신랑은 공부를 하지 않았을테고 나도 그를 응원해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텅 빈 통장 잔고와 매달 나오는 카드값, 관리비를 볼 때면 얼른 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 자체가 싫은 것 보다 그 가난함 속에서 나의 비굴함과 계산적인 모습이 싫다.


나누고 싶을 때 선듯나누고, 맛잇는 거 있을 때 사랑하는 이들과 나눠 먹을 수 있고, 좋아하는 곳에 가서 잠깐의 여유를 누리며 삶을 누리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여유이다. 우리 부부는 각자 열심히 성실하게 자기 앞에 놓여진 상황들을 묵묵히 이겨내가고 있다.그러니 우리는 지금 분명이 가난을 등지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방향으로 걸아나고 있다. 오늘도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커주고, 부모님이 아프지 않고,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에 감사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입으로 반복하는 2024년 2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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