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망둥어

by 김관우

<망둥어>


낮과 밤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

진우는 매일 그랬듯 천장과 스마트폰 사이를 오가는 시선을 붙잡은 채, 침대에 박힌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유튜브가 제멋대로 골라준 영상들이 뇌로 흘러들었다. 도마 위에 놓인 생선, 젓갈을 비비는 소리, 어항을 유영하는 금붕어, 바람 부는 갯벌 풍경.

배달 쓰레기는 한구석에서 썩고 있었고, 커튼은 계절을 모른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전등은 희뿌연 빛을 토해냈다.

방은 마치 수조처럼 조용했고, 그의 몸은 가라앉은 생물같이 가만히 있었다.

진우는 감자칩 하나를 입에 물며 무표정하게 화면을 넘겼다. 생각을 포기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 느낀 이상은 간지러움이었다.

발가락 사이가 근질거렸다. 무좀인가 싶어 긁어대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났고 그 속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손톱 끝으로 조심스레 파보니 투명하고 얇은 조각이었다. 마치 비늘 같았다.

그는 잠시 멈칫하며 손바닥을 펴고 들여다보았다. 특별한 건 없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피부 아래결이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진우는 조용히 손을 내렸다. 아직은 애써 무시할 정도의 범주였다.

그날 이후, 욕실 타일 위에 앉아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색이 사라졌다.

처음엔 형광등 불빛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러나 벽지, 음식, 스마트폰 화면, 모든 것이 뿌옇게 보였다. 갈색과 초록색은 구분되지 않았고 빨강은 회색의 한 조각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색을 잃었고 그 속에서 입맛은 살아났다.

진우는 냉장고 속 오래된 멸치를 꺼내 씹었다. 짠맛이 혀끝에 닿자 그는 이상하리만치 충족된 기분에 젖었다.

조미김, 젓갈, 말린 생선. 그런 것들만이 목을 넘어갔고, 다른 음식은 단맛이 거슬리듯 씹히지 않았다. 입안에 소금기가 남지 않으면 불안해졌다.

그는 무의식중에 수도꼭지를 틀었다.

바닥으로 흘러든 물은 작은 물길을 만들었고 그 위에 손을 대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이 제자리였던 것처럼.


진우는 검색을 시작했다.

[피부 비늘 변화]

[물고기처럼 느껴짐]

[무기력+색맹+젓갈]


의사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한낮의 햇빛과 사람들의 시선은 도무지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인터넷 한 구석에서 기묘한 단어를 발견했다.

“망둥어 증후군”

정체불명의 블로그였다. 그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망둥어 증후군은 심리적 고립 상태에서 유발되는 감각적 퇴행 질환으로 인간의 신체가 어류화되는 일련의 증상을 보입니다.

초기 증상은 피부 이물감과 감각 왜곡이며, 점차 수중 지향 행동, 식이 전환, 언어 퇴화로 이어집니다”


진우는 숨을 들이켰다. 황당함과 함께, 묘한 안도감이 번졌다. 어쩌면 자신은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

스크롤의 끝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망둥어 증후군 변이 사례를 수집합니다. 참여자는 변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을 제출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욕조 앞에 고정시켰다.


[망둥어 되기 3일째]

그는 욕조에 앉아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마디마다 하얀 비늘처럼 각질이 올랐다.


[망둥어 되기 10일째]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눈동자는 탁해졌고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망둥어 되기 17일째]

그는 물을 얼굴에 끼얹으며 입술을 뻐끔거렸다. 마치 호흡이 아니라 본능처럼.

영상은 짧고 무성의했다.

하지만 조회수는 올랐고 댓글이 달렸다. “진짜 같아서 무섭다.”

그는 희열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감각. 이해받고 있다는 착각.

이제 그는 욕조 안에서만 잠을 잤고 욕조 밖에선 자주 기침했다.


어느 날,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엄마일까, 아버지일까, 아니면 택배.

진우는 욕조로 몸을 숨겼다. 물을 틀고 손으로 배수구를 막았다.

그곳은 자신에게 유일한 안전지대였다.


[망둥어 되기 28일째]

그는 카메라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고, 입술을 열고 닫았다.

물결이 잔잔히 일었다.

더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상은 멈췄고,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욕조에는 물만 가득했다.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


낯선 공간.

거대한 유리 벽면 너머로 수십 개의 영상이 무음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욕조 속, 수조 속, 비닐 텐트 안. 각기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증상을 앓고 있었다.


그중 하나, [망둥어 되기 28일째]

진우의 영상이었다.

두 명의 연구원이 그 앞에 서 있었다.


“28일. 예측보다 빠르군.”

첫 번째 연구원이 말했다.


“촉각 변화 6일차, 언어 단절 20일차. 완전 동화 단계.”

두 번째 연구원이 태블릿을 조작했다.


“망둥어 증후군 같은 건 없잖아.”

“없지. 단지 ‘그런 게 있다’라는 말이면 충분해. 인간은 결국 믿음으로 자기를 만드니까.”


유리벽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깊은 수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 진우가 몸을 둥글게 말고 떠 있었다.

팔은 천천히 물을 가르며 움직였고, 발끝은 유영하는 꼬리처럼 흔들렸다.

그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동작과 자세는 완전한 물고기였다.


말하지 않고, 걷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존재.

자기 확신으로 변이한 생물.


“자기 암시 기반 신체 변이 실험.”

첫 번째 연구원이 음성 기록을 남겼다.


“자아 해체와 신체 동화. 제7차 사례 성공.”

두 번째 연구원이 덧붙였다.


“인간은 진실보다, 믿음으로 자신을 정의한다.”


진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입술을 벌리고 아무 소리 없이 입을 뻐끔거렸다.

그건 물고기의 호흡처럼 보였고 인간의 침묵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자신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망둥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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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엽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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