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무라키미 T - 레코드 가게는 즐겁다
레코드
'루키씨'와 작별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호텔 브런치 담당자는, 친절하게 3일 정도 남았다며 그 안에 방을 뺄 것을 종용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루키씨'가 좋아하는 레코드가 그려진 티셔츠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는 레코드를 좋아해서 어릴 적에는 용돈을 털어 마구 사 모았고, 심지어 레코드가 그려지기만 하면 티셔츠도 사 모은 모양이다. 서점이 아닌 중고 레코드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는데, 작가가 아니라 작사나 작곡을 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화살판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나는 레코드가 그려진 티를 한 번도 입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레코드'는 잘 못 보면 둥그렇고 시커먼 것이, 흡사 가슴팍에 새겨진 과녁과 같은 모양과 같아서, '최종병기 활'인 우리 민족에게는 듣는 것이 아닌 화살로 꿰뚫어 맞추어야 할 무엇으로 보였다. 심지어 드라마 '지옥'에서는 '화살촉'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런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 뭔가 표적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상함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은 어느덧 고급 취미가 되어 버렸지만 어릴 적 우리 집에도 레코드도 턴테이블도 그리고 커다란 스피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고상함을 유지하기에 삶은 빡빡했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반복하면서 그러한 고상함은 짐이 되어 버렸다. 결국 전란 때 궁궐이 불타고 문화재가 소실되는 것처럼 어느덧 레코드도 사라지고 턴테이블도 스피커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개뿔 레코드 티셔츠라니?
커플사진
"아 미안해요, 이번 장은 '루키씨'가 좋아하는 '레코드' 이야기를 한 다고 해 놓고 가슴팍 티셔츠 레코드 과녁에 화살을 쏘고 앉았네. 그래도 백발백중이지. 우리가 이래 봬도 화살촉의 민족이거든" 가능하다면 활시위에 화살이 그려진 티를 구해봤으면 했다. "루키씨"가 레코드 티를 입고 내가 화살 티를 입고 커플 사진을 찍으면 꽤 어울리는 작별 사진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루키씨"는 본능적이었는지, 사진을 찍을 때 레코드판이 그려진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 루키씨 : 미스터 하, 루키 씨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