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나의 셋째는 눈웃음쟁이다.
그 눈웃음 때문에 얼굴을 보면 같이 웃게 된다.
사고를 참 잘 치는데 웃음을 무기로 들이밀면
너무 웃겨서 나도 웃고 만다.
또 하나의 무기는 사랑의 표현이다.
뜬금없이 "엄마!"를 부른 후
"응?"이라고 대답하면
"사랑해요~"라고 한다.
아무런 맥락도 상황도 없다.
할아버지를 만난 어느 날엔
"할아버지~~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맨날 맨날 보고 싶었어요"
라고 말해 할아버지에게 무한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알고 보니, 그 당시 '맨날 맨날'이라는 표현을 새롭게 배움. ^^)
얼마 전 우리 식구는 새로운 집에 이사를 했다.
그 참에 처음으로 얼음정수기란 걸 마련하게 되었다.
눈웃음쟁이 나의 셋째도 얼음을 먹기 위해
컵을 대고 연신 얼음버튼을 누른다.
야물지 못한 손끝에서 얼음이 와르르 바닥으로 떨어지길 여러 번.
나는 "얼음 주워서 설거지통에 가져다 넣어~"라고 얘기한다.
녹기 전에 빨리 넣었으면 하는데
갑자기 나에게 달려오는 아이..
"엄마~ 엄마~~~~"
"왜?? 엄마가 설거지통에 얼음 넣으랬잖아~~"
"엄마 엄마~ 얼음이 하트야"
띠용~~~
어찌 혼낼 수 있으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말 느리다. 발달 느리다. 고민하던 시간들...
그 웃음,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고민은 사라진다.
얼음이 녹아 바닥에 물이 흥건하면 어떠랴.
커피도 주스도 아닌 물인데, 닦으면 되는 것을.
이 모든 관대함을 가져다준
하트얼음이 내 손안에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