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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반사 Nov 13. 2024

엄마, 누가 여기 쓰레기 버렸어

오늘도 나의 눈웃음쟁이 셋째 이야기다.


요즘 우리 셋째에게

여러 가지 관심사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버려진 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엄마, 누가 여기 쓰레기 버렸어~"

그때마다 난

"그러게, 누가 버렸을까~ 여기 버리면 안 되는 건데"

라고 말해 왔다.


엊그제도 그랬다.

"엄마 오늘 누가 쓰레기 버린 거 봤어~"

"그랬구나.. 누가 버렸을까. 지구가 아파질 텐데..."


어제 아침에도 유치원 등원버스를 기다리며

버려진 투명 페트병을 보았다.

"엄마 누가 여기에 쓰레기 버렸어! 누가 버린 거지?"

"그러게... 왜 여기에다 버렸을까?"


출처-픽사베이


같은 날 저녁, 하원 후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엄마! 여기에 누가 쓰레기 버렸어~ 이거 내가 주워야겠어!!!!"

"아... 아니... 괜찮아"


하지만 이미 지저분한 쓰레기를 맨손으로 잡은 아이.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편의점까지 가져가야 했다.


편의점에 도착해 쓰레기통에 함께 쓰레기를 버리고서야 나는 알았다.


그날 아침에도,

그리고 예전에도

쓰레기를 볼 때면 이 아이는 쓰레기를 주워 치우려 했다.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니까.

그러면 눈으로 보기에도, 지구의 건강에도 안 좋으니까.


그런데 그걸 말린 게 바로 나였다.


손이 더러워지니까. 

처리하기 귀찮으니까.


그 생각이 들자 부끄러워졌다.

"우리 00이 정말 착하다..."

"왜?"

"우리 00 이가 우리 마을 깨끗하라고 쓰레기 치워줬잖아~"

작은 칭찬에 아이는 특유의 눈웃음으로 큰 보답을 한다...


오는 주말에는 플로깅이란 걸 해보려고 한다.

그간 아이가 쓰레기를 주우려 할 때마다

말렸던 만큼 치우지 못했던 쓰레기들.

몰아서 치워보려고.


그러면 눈으로 보기에도, 지구의 건강에도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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