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지전능해 보였던 아버지가 장성한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요즘은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는 너의 글에 내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반성문 성격이지만
네가 하나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고 한 글이었다
어차피 내(아빠)가 읽을 거란걸 알고
글 말미에 어떠한 코멘트나 답장도 거부한다는 너의 코멘트가 야속했다.
그리하여 이 글을 남긴다
아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너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이 슬프다
다른 인격체로써 행복을 빌어줄 수 있지만
직접 도와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이 행복하면 그게 이상한 거"라는
현실 설명이 위로가 될까?
나는 한때 너에게 하나님 같이 전지전능한 존재였다.
지금 너에게 난 매일 밤마다 마주치기 싫은 잔소리 심한 어른일까?
나는 어디든 다닐 때마다
뭐든지 볼 때마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 물건, 취향이 떠오르는데
너도 나에게 그럴까?
내가 나의 아버지를 떠올려보니
너는 아닐 것 같다.
미성년자인 너도 '홀로서기'가 쉽지 않겠으나
중년인 나도 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쉽지 않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한때 내 전부였던 아들로부터 정신적 자립이 쉽지 않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다가 올 빈 둥지 증후군이 심각할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자립을 해낼 것이다.
너도 스스로 서는 날이 오듯이.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