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을 중국과 네덜란드에서 만나며 느낀 감정
어느새 본선은 도버해협을 벗어나 잉글리시 채널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당직 중에는 영국 연안을 벗어나 비스케이만 쪽으로 틀어서 북대서양으로 나가게 되죠.
목적지인 브라질의 TROMBETAS까지는 4000여 마일이 남아 있으니 본선의 발라스트 컨디션 스피드로는 12일에서 13일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아마존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의외의 요소가 있으니 ETA는 이래저래 변경될 수 있겠죠.
출항하고 계속 985~995헥토파스칼의 저기압권에 들어있어 무지막지한 바람에게 두들겨 맞고는 있지만 방향이 정선수 방향이라 배는 그다지 흔들리지 않고 순항 중입니다.
어제는 풍속이 순간 스피드 72.4노트(134.08KM/H)의 기록적인(본선이 맞았던 바람 중 최고 기록) 펀치를 맞기도 했지만 엔지 양은 그 정도에는 아랑곳 않고 씩씩하기만 하네요. 악명 높은 비스케이만이 곧 닥쳐오겠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금번 네덜란드 기항 중에 짐을 풀던 대형 GRAB이 본선 6번 화물창 포트사이드의 호퍼를 두들겨서 움푹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예전 중국 기항 중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 중국과 네덜란드의 항만당국의 태도는 사뭇 다르더군요.
중국에서는 사고를 인지하고 FOREMAN에게 DAMAGE REPORT를 작성하고 서명하라고 들이밀었더니 일단 이런저런 핑계로 서명을 미루더군요. 결국 대리점을 통해 항만당국에 항의하니 난데없이 본선 화물의 모이스처를 문제 삼으며 짐을 풀 수가 없다고 하며 그동안 아무 말 없던 양현쪽과 선수쪽, 선미쪽으로 카고 라이트를 설치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말대로 설치해주고 나니 밝기가 어두워서 작업을 할 수 없다고...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만들어서 작업을 지연시키며 본선을 괴롭혔죠.
결국 회사 측에서 본선 수리 가능한 부분이라면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라는 ORDER를 받고 합의를 해주자마자 다시 아무 말없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작업.... -_-
하지만, 네덜란드는 달랐습니다.
제 당직 중이라 STEVEDORE에게 본선 대미지를 항의하자 바로 항만 측에서 DAMAGE INSPECTOR가 승선해서 대미지를 확인하고 본선에서 작성한 DAMAGE REPORT에 서명하고는 REMARK로 추후 본건에 대한 수리비는 EMO항만 측에서 부담한다고 서명날인해주더군요. 본선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죠.
같은 사건에 대한 두 나라의 사뭇 다른 태도.
최근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힘'에 근거한 깡패 근성을 이처럼 잘 표현해주는 상황도 드물거라 느껴졌습니다.
정말... 강대국은 될 수 있어도 선진국은 될 수 없을 거라 장담하게 만드는 중국.
이래저래 그런 나라 곁에 덩그러니 놓인 조국의 현실이 답답해지네요.
... 어찌 되었건 본선은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과 상관없이 잘 달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