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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성 Mar 17. 2016

SS MEREDITH VICTORY

역사에 남은 배들

1950년 12월, 승승장구하던 국군과 유엔군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해 그 예봉이 꺾이고 결국 퇴각결정을 내린다. 장진호에 고립되어 있던 미해병 1사단과 당시까지 최고의 전과를 올리며 파죽지세로 북한으로 돌입했던 국군7사단까지 철수명령을 받으며 북한지역의 최대항만이었던 흥남은 군대와 피난민으로 뒤섞인 아비규환으로 돌변했다.


군사작전이었던 흥남철수작전에서 우선권은 당연히 군대와 군수품이었기에 피난민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채로 밀려오는 중공군의 물결에 휩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 하지만, 당시 항공기용 유류운반선이던 MEREDITH VICTORY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과 일등항해사 로버트 러니는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인을 피난시키게 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철수후, 항만시설과 낙오된 장비들이 중공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폭파된 흥남항

거치되어 있던 무기와 선적해두었던 군수품을 모조리 바다에 던져버리고 피난민들에게 갑판을 내어주기 시작한 것. 16시간만에 1만 4000여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12월 23일 출항, 12월의 동해(배타는 이들은 한겨울의 동해가 얼마나 살벌한 바다인지 알고 있다)를 남하, 이미 피난민으로 가득찼던 부산이 아닌 거제도에 그들을 내려놓게 된다. 엄동설한, 샛바람이 부는 동해를 남하하면서도 단 한 사람의 인명피해도 없이 오히려 다섯 명의 새로운 생명이 출산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던 기적의 배 MEREDITH VICTORY.


선장이었던 레너드 라루씨는 전쟁 후 가톨릭의 베네딕트 수도회에 입회, 수도사로 일생을 보내고 2001년 선종했다. 그는 생전 "때때로 그 항해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2004년 9월, 기네스북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조'를 한 배로 기록된 MEREDITH VICTORY호. 

1945년 진수되어 1993년 폐선을 위해 향한 마지막 기착지가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나라인 중국이었던 것도 어쩌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런지.

Capt. Leonard Larue (1914.1.14.~2001.10.14)

...최근 개봉하여 공전의 히트를 했던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이 배에 대한 묘사가 간략하게나마 남아있고 그들이 향했던 거제도에도 이 배에 대한 기록이 기념비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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