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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성 Mar 25. 2016

MAYFLOWER

역사에 남은 배들

헨리 8세(1491~1547)는 영국의 왕중 왕다운(?) 권력을 마음껏 휘둘러본 몇 안 되는 왕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자주 보이는 인간형인 ‘오로지 아들!’을 외치던 남아선호의 극단을 달리던 그는 결국 아들을 못 낳는 와이프 케서린와 이혼하고 오로지 아들을 위해 왕비의 시녀였던 엔 불린과 결혼까지 감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에 반대하는 교황청과 등을 지고 반대하는 신하들을 모조리 도륙내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후 교회의 수장이 교황이 아닌 왕으로 선포한 수장령을 포고하고 이후 나라 안의 가톨릭교도들에게 칼을 돌렸으나 이후 에드워드 6세, 메리 1세(블러디 메리)를 거치는 사이 왕이 믿는 종교에 따라 오락가락하며 신, 구교 신자들이 번갈아 죽어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었다. 메리 1세의 뒤를 이은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가 되어서 다시 영국 국교회로 완전히 돌아서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한 웅큼 남아있던 가톨릭교도는 전멸하다시피 했고 그 다음 수난의 목표로 정해진 것이 당시 칼뱅주의에 흐름을 받은 개신교 개혁파로 그 세를 불리고 있던 청교도(Puritan)들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의 뒤를 이어 영국 왕이 된 제임스 1세와 그 아들 찰스 1세는 왕권신수설을 바탕으로 ‘짐이 곧 국가' 혹은 ‘짐이 곧 교회'를 부르짖으며 모든 영국인들에게 국교회를 강제로 믿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강력하게 정책을 밀어붙히게 되는데 엔클로저 운동(Encloser : 지주들이 농토에 울타리를 두르고 양을 키우는 목장으로 바꿔버리는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해체되고 몰락하던 농민층과 국교회에 환멸을 느낀 젠트리(향신층)를 중심으로 퍼져가던 청교도 운동은 이런 움직임에 대항하여 영국이 아닌 다른 대륙으로 눈을 돌리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당장의 호구지책과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이와 같은 움직임은 구약성서에서 이집트 파라오의 압제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각오와도 같았지만 실상은 그다지 녹록치 않았다. 


1620년 8월 5일, 종교의 자유와 보다 나은 생활을 지향하던 일단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 호와 스피드웰 호에 승선하여 런던 남서쪽 사우스 햄프턴 항구를 떠났다. 그러나 스피드웰 호에 물이 새어 들어오면서 회항을 결정함으로 첫 번째 출발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후인 9월 6일, 메이플라워 호는 단독으로 플리머스항을 출항하였다, 102명의 청교도 이주민을 태우고. 

그들의 향하는 행선지는 그 당시까지 신대륙이었던 아메리카였다. 대서양을 횡단하여 9주가 지난 11월 11일, 메이플라워 호는 북아메리카 동해안, 보스턴 근처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이들이 훗날 '순례 시조(Pilgrim Fathers)'라 불리는 사람들로서 현대 미합중국의 시조가 되었던 이들이다.

하지만, 늘 선구자들이 겪게 되는 난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신앙의 자유는 얻었으나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보다 나은 생활은 그렇게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상륙 첫 해, 불어닥친 혹한으로 인해 이듬해 봄까지 도착했던 인원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고 만 것. 그들이 경작을 위해 가져온 작물은 모국과 다른 날씨에 제대로 된 소출을 내주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닥친 혹한은 굶주림에 지쳐있던 이들을 너무도 쉽게 쓰러뜨려 버린 것이다. 

식량이 떨어지고 죽음만을 기다리던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이었고, 그들이 나눠준 옥수수로 남은 이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 하지만, 그들은 이 은혜를 나중에 원수로 되갚는다.

혹한의 겨울이 이겨낸 이들은 근거지를 수습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작물을 개간하는 한편, 교회를 세우고 그 교회를 중심으로 종교적, 경제적 공동체를 일궈내기 시작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영국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주로 영국의 국교도 정책을 피해 이주해오는 구교도와 청교도들이 중심이었다. 18세기에 그들을 중심으로 북부에 뉴잉글랜드 식민지가 성립되었고 이는 이후 미합중국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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