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와 함께한 20일

항구에서 쓰레기나 주워먹는 새로 알고 있던 녀석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

by 전재성
남미에서 유럽까지 20여일을 함께 올라간 젊은 갈매기

많은 사람들이 갈매기는 부두 주변이나 연안에 머물면서 어선들에게 달라붙어 물고기를 얻어먹는 너절한 새로 알고있다. 인천이나 강화도 주변의 새우깡 킬러들이나 '6시 내 고향'의 어촌편에 여지없이 등장하는 녀석들을 보면 그런 편견이 확실하게 '하나의 사실'로 굳어진다.

리차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 리빙스턴이 그토록 나는 것을 열망하며 빠져나오고 싶었던 것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너절한 갈매기의 숙명으로 그려지고 있었으니.

하지만, 많은 갈매기들이 그렇게 살고 있더라도 결코 모든 갈매기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바다를 항해하다가 늘은 아니더라도 자주 만나게되던 그 녀석들을 만나면서.

바닷가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배에 더불어 대륙을 넘나드는 갈매기들이 있었다. 우리가 고기를 낚아 올리는 어선도 아니고 녀석들에게 호의적으로 음식을 베풀어주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무했지만, 녀석들은 낮에는 배 주변에서 뛰어오르는 날치를 사냥하고 밤에는 배의 마스트에서 쉬어가며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이 넘는 기간을 함께 달려가곤 했다.

사진에 찍힌 이 녀석도 그런 녀석들 중 하나였는데 - 색깔을 보면 알겠지만 이제 갓 새끼에서 벗어난 갈매기였다 - 털갈이까지 완벽하게 마친 나이 지긋하고 경험많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콜롬비아 산타마르타에서 영국의 리버풀까지 우리와 함께 날았던 녀석이다.

나는 더 이상 갈매기를 너절한 새로 부르지 않는다. 물론 오늘도 수많은 갈매기들은 새우깡에 열광하고 어선의 꽁무니만 쫓는 녀석들도 있지만 열심히 자기의 힘으로 날개짓하며 대륙을 넘나들었던 녀석들의 존재는 수많은 녀석들의 허물을 대신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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