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으로 살아가며
배타는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 중에 '뱃놈들은 속이 좁다.'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넓디넓은 대양을 바라보면서 넓은 마음을 키워야하는데 좁은 배안에 갇혀(?) 오히려 바다의 깊고 넓음을 닮지 못하고 마음도, 시각도 좁아져만 간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죠. 100% 동감하지는 않지만 일정부분 확실히 인정하게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배에서는 다른 배와 교신에서 반드시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영어와는 상당부분 다른 점이 있는데 잘못 이해될 수 있거나 어정쩡한 표현은 과감히 무시하고 문법과 상관없는 단어로 그 자리를 대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점이죠. 가령 NO라는 표현은 Nagative라는 말로 대치하게 되는데 보다 강한 부정의 뜻을 명확하게 하고자하는 표현이죠 - NO라는 말도 충분히 강하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아울러 can't와 같이 일상의 대화에서 흔하게 쓰는 표현 역시 can not이라고 단호(?)하게 표현하게 되는데 잘못 듣게될 경우 완전히 반대의 뜻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죠. 서로 맞닥들이는 여차하면 충돌의 위험이 닥쳐온 상황에서 can't를 can으로 알아듣게 된다면...-_-;;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뱃사람들의 영어는 다른 영어들과는 다른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영어권의 선원들도 일상생활에서 배에서나 쓸 말들을 버릇처럼 말하게 되는 경우가 잦아서 배를 타지 않는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고 하더군요.
원래의 말을 이렇게 명확한 표현을 위해 뜯어 고치다(?)보니 오랫동안 배를 탄 사람들은 말따라 행동이 따라가게 되는 악순환도 만나게 됩니다. 남들 생각을 하지않고 함부로 자기 말만 하는 독선적인 모습으로 보이게되고 아울러 당장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성질 급한 사람으로도 보이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 본의와 다르게 말입니다.
그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급한 성격과 직업(?)에서 오는 버릇으로 인해 '저 사람은 역시 속좁은 사람이야.'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배를 타면서 희생해야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사람만은 잃지않고 살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