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여우의 꼬리 잡기

시나래 마을의 여섯 번째 이야기

by 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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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본 적 있나요? 보지 못했다면, 어서 시나래 마을의 호수로 가보세요. 바람에 실크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시나래 마을의 호수는 밝은 햇빛을 받아 푸른 보석처럼 빛난답니다. 티 없이 맑은 탓에 영롱하게까지 보였지요. 멍하니 보고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물에 씻겨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많은 동물은 점심시간에 호숫가를 산책하곤 했어요. 그 때문에 ‘시나래 호수’라는 공식 명칭이 있었지만, ‘힐링 호수’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안돼요오!”


힐링이요? 오늘도 하마 선생님은 호숫가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답니다. 힐링은 무슨! 하마 선생님 앞에는 준이가 서 있었어요. 막 호수에서 발을 뺐는지 발이 축축한 채 말이에요. 하마 선생님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꼬마 준이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나요?”

“그래요오. 준. 그렇게 호수에 발 넣으면 안 돼요오.”

“왜여?”

“왜라니…. 선생님이 위험하다고 했잖아요오. 호수에 빠질 수도 있고오.”


준이는 더더욱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반대쪽으로 갸웃거렸어요.


“여기서 사는 동물들도 있는데.”

“주운.”

“그리고 나도 수영할 줄 안다요.”


하마 선생님의 얼굴이 시뻘겋게 부풀었어요.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지만, 애써 웃는 얼굴을 했지요. 미소 짓는 입꼬리가 파들파들 떨렸어요. 하마 선생님은 머리를 싸맸어요. 지금은 물놀이 시간이 아니고 산책 시간이라는 것. 수영을 못하는 다른 친구들이 따라 들어가려고 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요. 하마 선생님이 고민하는 사이에 준은 다른 친구들과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어요. 꼬리를 빙빙 돌리면서, 물을 친구들에게 뿌리고 있었지요.


“우아악. 괴물이다!”


하마 선생님의 발 크기 정도나 될까요. 꼬마들은 작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깔깔거렸어요. 그 모습을 보며 하마 선생님은 마른세수를 했지요.


“그만해요오. 그마안.”


하마 선생님이 양산을 꽉 잡았어요. 미소가 곧 무너질 만큼 흔들렸지요. 그리고 결국 무너지고 말았어요.


“그마아안!”


하마 선생님이 입을 크게 벌려 소리쳤어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아이들은 물론, 지나가던 다른 동물들도 깜짝 놀랐지요. 그렇게 정적이 한 1초 흘렀네요. 개구쟁이 준은 다시 옆에 있는 친구를 쿡쿡 찔러댔어요. 하마 선생님이 입을 채 닫기도 전에 말이에요. 하마 선생님은 정말이지, 너무 속상했답니다.


속상한 건 하마 선생님 뿐만이 아니었어요. 유치원 버스를 운전하는 말 아저씨도 마찬가지였어요.


“히힝….”


말 아저씨의 눈에 눈물이 살짝 스쳤어요.


“아이고. 내 꼬리….”


말 아저씨가 하마 선생님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답니다.


“저… 선생님. 준이 말이에요.”

“네에?”

“준이가 제 꼬리를 밟고 잡아당기고 하네요….”

“아….”


하마 선생님의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제가 준이한테 잘 말해볼게요오.”


그렇게 말은 했지만, 하마 선생님도 말 아저씨도 알고 있었어요. 말한다고 준이가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걸요.


꼬리 잡기. 오늘 그 놀이를 하지 말았어야 하나요. 하마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어요.


그날 하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를 알려주었답니다. 바로 꼬리 잡기였지요. 꼬리 잡기는 시나래 마을에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놀이 중 하나였답니다. 게임 방법은 간단했어요. 두 팀으로 나누어 서로 허리나 꼬리를 잡아 길게 줄을 만들고 시작했지요. 팀의 머리에 있는 친구가 다른 팀의 끝에 있는 친구를 잡으면 잡힌 친구는 잡은 팀의 새로운 꼬리가 되고, 그렇게 다른 팀의 모두를 잡으면 승리!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에 푹 빠졌답니다. 하지만 게임은 점차 과격해졌어요. 그게 항상 문제였죠. 재미있어지면, 과격해지는 것. 준이 머리를 맡았을 때가 가장 문제였지요. 꼬마 여우 준은 씩 웃으며 다른 팀의 꼬리를 마구마구 잡아댔어요. 잡다가 물기도 하고, 밟기도 하고 난리가 아니었답니다.


“꼬리 잡기니까 너는 우리 팀으로 안 와도 돼. 꼬리만 가져갈래.”

“뭐야. 싫어!”


꼬마 기린이 휘청거렸어요. 기린의 동그란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어요.


“에베베.”


준은 계속해서 기린의 꼬리만 잡았다가 놓았다가 했어요.


“구마내!”


꼬마 양이 준을 보고 무어라 소리쳤어요. 하지만 준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지요.


“주운.”


하마 선생님이 이마를 붙잡고 준에게 다가갔어요.


“선생님이 아까 뭐라고 했나요오? 꼬리가 잡히면 그 친구는 우리 기차에 타는 거에요오. 그렇게 말했었죠오?”

“웅….”


준이 기린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어요.


“그런데 왜 계속 친구 꼬리만 잡아당기고 괴롭혔을까요오?”

“꼬리 잡기라 그런거다요.”


준이 옆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 기린의 꼬리를 잡고 다시 당겼어요.


“악!”

“주운!”


선생님은 엄한 표정을 지었지요.


“꼬리 잡기.”


준은 잘못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주운. 다른 친구들을 아프게 하면 돼요 안돼요오?”

“안돼요.”


준은 머뭇거리며 말했어요.


“그런데 자꾸 왜 그럴까요오?”

“안 아프게 했어요. 쟤가 울보인데.”

“주운.”


선생님과 준의 실랑이가 계속됐지만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았지요. 꼬마 친구들은 다들 선생님과 준을 보며 술렁댔어요. 준과의 말씨름은 항상 이 모양이었어요. 준은 곧이듣는 법이 없었고, 선생님이 그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어요.


“알았지요오? 선생님과 약소옥!”


준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지겨운 잔소리는 끝이 날 수 있었어요. 준에게만 지겨웠을까요? 그 말을 하는 선생님도 너무 지겨웠어요. 이 논란의 마무리는 준이 꼬마 기린에게 사과하는 것이었지요.


“미안해.”


준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기린을 쓰다듬었어요.


“괜찮아.”


기린은 훌쩍이며 마찬가지로 준을 쓰다듬었어요. 찝찝하기는 했지만, 우선은 해결! 하마 선생님은 곰 아저씨네 달곰한 음료가 너무 마시고 싶었지요.


준. 준의 마음은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이튿날, 말 아저씨의 꼬리를 잡아당겼다고 혼날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놀이를 배워서, 놀이를 한 것뿐인데 뭐가 잘못한 걸까요? 선생님은 항상 유치원에서 배운 걸 밖에서도 해야 한다고 했으면서. 준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어요.


“네가 나빠.”


친구들이 그렇게 말해도 준은 이해가 잘 안 되었지요.


하마 선생님도 그런 준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지요. 오늘 오전에만 준의 이름을 몇 번 불렀는지 몰라요.


“주운. 주운? 주운!”


목청이 좋은 하마 선생님이었지만, 이러다가 목이 상할지도 모르겠어요. 하마 선생님은 목을 붙잡고 침을 꼴깍 삼켰지요. 목 안쪽이 까끌거리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요?


꼬마들이 나무 장난감으로 집을 짓는 동안에 선생님은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때, 꼬마 돼지가 다가왔지요.


“성생님.”

“응?”


하마 선생님은 몸을 숙여서 돼지를 보았어요.


“성생님. 이거 선물!”

“이게 뭐에요오?”


꼬마 돼지는 선생님에게 해바라기가 그려진 쪽지를 건넸어요.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무언가 그려져 있었지요. 꽃…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웠지만요. 돼지는 선생님에게 쪽지를 주고는 수줍게 웃으며 도망갔어요. 선생님은 마음에 얹혀 있던 짐이 순간 사르르 녹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또다시 준. 준이 친구들이 쌓아 올린 나무집들을 마구 부수고 있었어요.


와장창!


그 모습을 본 다른 꼬마 친구들도 이제 나무집들을 쌓아 올리기보다 부수는 데 집중하고 있었지요. 나무 조각이 떨어지는 소리, 친구들이 서로 밀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하마 선생님은 또다시 머리를 싸맸지요.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네요.



하마 선생님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아이들 사이에서는 준이 바꾼 꼬리 잡기 버전이 유행했어요. 꼬마들은 하원 후에 동네 공터에 모여서 꼬리 잡기를 하곤 했지요. 놀이터는 조금 더 큰 동물들이 놀고 있어서 불편했거든요. 전에는 함께 놀다가 코끼리한테 꼬리가 밟힐 뻔하기도 했어요. 물론 그 코끼리 형이 엄청 미안해하기는 했지만요. 준은 그 생각만 하면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항상 친구들과 공터에서 놀곤 했답니다.


“꼬맹이들이잖아?”


친구들과 마구 뛰어다니며 꼬리를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나이는 훨씬 많아 보이는 두 동물이 다가왔어요. 털을 빨갛게 염색한 오소리와 노랗게 탈색한 하이에나였지요. 그들은 저마다 손에 연기가 나는 막대를 하나씩 쥐고 있었어요.


“저거 담배야. 몸에 엄청 나쁘댔어.”


낯선 두 동물에 놀라서 몸을 반쯤 땅에 숨기고 있던 두더지가 준에게 귓속말을 했어요. 오소리와 하이에나는 킬킬대며 그들에게 다가왔지요.


“우리 가자….”


꼬마 토끼가 준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어요. 그러자 오소리가 손을 내저으며 칼칼 웃었지요.


“어이구. 이 형 누나가 너희 괴롭히려는 건 아니야.”

“그래, 그래. 뭐 하고 놀고 있었어?”


준은 머뭇거리며, 꼬리 잡기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어요.


“꼬리 잡기? 이렇게?”


하이에나는 추억이다-, 하고 웃으며 옆에 있던 꼬마 원숭이의 꼬리를 잡아당겼어요. 그 바람에 원숭이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지요.


“미안, 미안. 누나가 힘이 셌어.”


꼬마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고 아무 말을 하지 못했지요. 다들 울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울 수도 없었어요.


“우리도 같이 게임하자. 응? 시켜줘.”


오소리는 꼬마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담배를 빽빽 피워댔어요. 꼬마들은 얼어붙어서 아무 말 하지 못했지요. 매캐한 연기에 코는 시큰거렸어요. 결국 얼떨결에 함께 놀이를 하게 됐지요. 오소리와 하이에나는 시작하자마자 꼬마들의 꼬리를 잡아당겼어요. 꼬마들은 픽픽 쓰러졌죠. 아기 돼지도, 토끼도, 원숭이도, 다른 동물들도 모두 바닥에 나뒹굴었어요. 그나마 두더지는 땅으로 숨어서 피할 수 있었지요. 하이에나가 땅속에서 두더지를 집어 들어 꼬리를 잡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다들 눈에 눈물이 맺혔어요. 결국, 토끼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어요. 다른 꼬마들도 따라서 울기 시작했지요.


“뭐야. 너희들 왜 울고 그래? 응? 우리가 놀아줬잖아.”


오소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진짜 웃기다 니네.”


그때 준이가 먼지를 털고 일어났어요. 눈물, 콧물과 흙이 섞여 얼굴은 몹시 더러웠지요.


“안 웃기다요.”

“뭐래.”


오소리는 준이의 이마를 검지로 쑥 밀었어요.


“사과해요.”


준이는 하지만 용감하게 버텼어요.


“때리면 사과해야 한댔어요!”


그렇다고 신경 쓸 오소리와 하이에나가 아니었어요. 오소리는 준이의 귀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요. 준이는 눈을 질끈 감았어요.


그때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어요. 경찰인 코뿔소 아저씨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지요.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발밑에서 먼지바람이 일었어요.


“너희들 거기 뭐야!”

“야, 튀어.”


창백해진 오소리와 하이에나는 황급히 도망갔답니다. 준이는 자리에 꿋꿋이 서서 도망가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나 싶더니, 픽 하고 옆으로 쓰러졌답니다. 콧물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채 말이에요.


악어 의사 선생님은 준이를 청진기로 이곳저곳 짚어 보더니,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냥 놀라서 잠시 힘이 풀렸던 것뿐이라고 말이지요. 다행이었어요. 다른 친구들도 놀라긴 했지만, 특별히 다친 곳은 없었어요. 다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서 폭 안겼지요.


한바탕 소동이 일고 나서, 하마 선생님은 꼬마 친구들을 위해서 자그마한 파티를 열었답니다. 저마다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나누고, 연극을 보며 즐겁게 지냈어요. 친구들도 다시 전처럼 밝게 웃었답니다.

그나저나 그 후로 준이 얌전해졌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용감 왕이 된 준은 더 시끄러워졌답니다. 전보다 더 활발하게 사방팔방 뛰어다녔어요.


연극을 볼 때도,


“너무 이상해!”


하고 큰 소리로 떠들어서 얼마나 난처했는지 몰라요. 준을 따라서 다른 친구들도 떠드는 바람에 하마 선생님은 식은땀이 주룩주룩 흘렀지요.


평소처럼 준을 말리는 데 하루를 다 쓰고, 정리하는 시간. 하마 선생님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있었어요.


“성생님.”


그때, 아기 돼지가 하마 선생님의 다리에 와서 찰싹 붙었어요.


“무슨 일이에요?”


돼지가 선생님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어요. 무언가 할 말이 있는가 봐요. 하마 선생님은 허리를 숙여서 귀를 돼지에게 가까이 가져다 댔답니다.


“성생님. 나는 말이에요. 준이가 참 좋아요!”


아기 돼지는 해사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또다시 도망가네요. 선생님은 준을 바라보았어요. 준은 말은 참 안 듣기는 하지만, 심성만큼은 고왔어요. 친구들을 위할 줄도 알고, 용기도 있고요. 하지만… 말을 참 안 듣기는 하네요. 정말.


준이 정리를 하다 말고 멀쩡한 도화지에 발자국을 내고 있군요. 선생님은 또다시 머리를 싸맸답니다.


오늘도 하마 선생님은 큰 소리로 준을 외칩니다. 우리 꼬마 친구들은 주변에 있는 단단한 물건을 잘 붙잡아야 할 거예요. 아니면 하마 선생님의 고함에 날아 가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주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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