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솔루션 점검하기

by plannista

ㅣ좋은 솔루션의 조건, '에스파(S-5)' 체크리스트


브리프의 마지막은 ‘솔루션’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이 흔들리면 모든 과정이 무너진다. 광고목표, 타겟, 경쟁자 설정, 문제점을 잘 설정했어도, 솔루션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브리프로 순간 전락하고 만다. 마치 11부까지 흥미진진했던 드라마가 마지막 화에서 갑자기 흐지부지 끝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언제나 5가지 질문을 통해

솔루션을 점검한다.

이름하여 ‘에스파 체크리스트’다.
브리프를 완성했다고 느껴질 때,

다시 이 5가지를 꺼내어 순서대로 되짚어보라.

당신의 브리프는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1.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솔루션인가?


당연한 질문이다.

하지만 정말 많은 솔루션들이 이 기본을 놓친다.
분명히 문제점까지는 정교하게 도달했는데,

솔루션에서 갑자기 딴 얘기를 한다.

예를 들어, 도브 캠페인의 문제점이 '여성들이 스스로를 외모로 폄하한다'는 것이라면, 솔루션은 그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솔루션이 “아름다움의 모든 것, 도브” 같은 기업 PR 수준의 메시지로 끝난다면? 앞서 쌓아온 모든 기획이 허무해진다.


브리프의 결말은 반드시 문제점과 연결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반드시 점검해야 할 첫 번째 기준이다.



2. 타겟에게 작용할 수 있는 솔루션인가?


기획 과정에서 타겟은 처음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조사하고 설정하고 분석도 한다.

그런데 솔루션 단계에서는 종종 이 중요성이 사라진다
분명 기획자는 타겟을 설정했지만, 솔루션은 타겟이 아닌 ‘누구에게나’ 말하는 것처럼 설정되곤 한다. 솔루션을 살펴보면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이거, 그냥 다한테 얘기하는 거 아냐?”


타겟은 그냥 ‘보여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의 실질적 핵심이다.

타겟이 분명해야 모델도, 스토리, 메시지도 살아난다.



3. 전달해야 하는 한 가지가 명확한가?


광고주가 친할수록 기획자는 불안하다.

광고주가 원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이 말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이 혜택도 중요한데?’

그런데 기억하자.

기획자는 광고주의 마음을 다 담는 사람이 아니라, 한 가지로 정리해 주는 사람이다. 걱정돼서 이것저것 넣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다. 광고주가 중간에 물어오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자. 필요하면 나중에 얼마든지 보강하면 된다. 덜어내는 건 어렵고, 추가하는 건 쉽다.


‘한 가지에 집중하기’는 기획의 용기이자 판단력이다.



4. 나만의 언어로 정리되었는가?


마트에 가면, ‘모든 호박이 왜 그리 똑같은가’ 의아할 때가 있다.
알아보니 같은 틀에 넣어 자란 결과라고 한다.

브리프도 그렇다.
어느 기획자의 브리프인지 모를 정도로 똑같은 말, 똑같은 형식, 똑같은 문장들.

좋은 브리프는 노지 호박처럼 생겼다.

삐뚤빼뚤하지만, 살아있고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획자라면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자.

그게 방향을 가장 정확히 전달하는 길이다. 물론 ‘상대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항상 잊지 말고.



5. 제작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솔루션인가?


이 항목이 가장 결정적이다.
좋은 브리프는 제작자의 눈빛을 바꾼다.

브리핑을 하다 보면,

회의실 안, 아무도 말을 안 하지만,

숨소리에서 느껴지는 그 미묘한 반응.
“뭔가 떠올랐다”는 눈빛.

브리프를 보면서 머릿속에서 카피가 튀어나오고, 장면이 상상되고, 캐릭터에 생명력이 넣어지는 그 순간.


그건 기획자가 솔루션을 잘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다. 그건 ‘함께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다. 물론 매번 이런 브리프를 쓰긴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경험이 기획자를 더 성장시킨다.




ㅣ좋은 브리프를 쓰자


'에스파'는 질문이 아니라 '기준'이다.
기획자가 브리프의 마지막 단계에서 방향과 논리를 점검하는 실무적 도구이기도 하다.

기획자는 아이디어를 만들기 전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리하는 사람이다. 브리프는 그 기획의 시작점이자 전체 프로젝트의 기반이 된다.


문제와 솔루션이 연결되어 있는가?
타겟은 고려되었는가?
핵심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한가?
나만의 언어로 차별화되어 있는가?

제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스스로 동의할 수 있다면,
그 브리프는 기획자의 책임을 다한 것이다.

좋은 브리프는 크리에이티브를 돕는다.

기획은 방향의 기술이다.
그리고 좋은 브리프는 그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당신이 쓴 그 한 장의 문서가,

프로젝트 전체의 성공을 결정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명확하게 좋은 브리프를 쓰자.
당신만의 언어로.





“A brief isn't a constraint on creativity — it’s its direction.”
“브리프는 창의력의 제약이 아니라, 창의력의 방향이다.”
- Paul 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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