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알면 솔루션은 쉽다
네 문제를 이제 알겠어?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열심히 해야겠어, 안 해야겠어?’
어렸을 때 나도 많이 들었던 말이고, 어쩌면 내가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지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말에 숨겨진 본질적인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가?
상상만 해도 벌써 피곤하다.
위의 말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상대방은 이제 막 문제를 인식했을 뿐, 아무런 구체적인 해결 방법은 얻지 못했다.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건 그저 태도와 자세에 관한 이야기일 뿐, 해결책은 아니다.
한때 어떤 농구 감독이 타임아웃 시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딱 두 가지만 안 되고 있어. 두 가지만 잘하면 돼. 공격하고 수비, 이 두 가지야.’ 농구에 공격과 수비 말고 뭐가 또 있는가? 명확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솔루션이었다.
솔루션은 반드시 구체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왜 그토록 힘들게 문제점을 진단하고 분석하는가?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면 브랜드의 현재 문제뿐 아니라, 잠재된 미래의 문제까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경쟁자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타겟 설정이 정확한지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고민하며 도출한 문제인데, 결국 '열심히 하라'는 말만 한다면 얼마나 허망한가?
현실적으로 보면 솔루션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 업무에서도 많은 기획자들이 멋진 문제 인식(Problem Setting)까지는 성공적으로 해내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브리프를 쓰고, 회의를 하고, 리뷰를 진행하면서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이번에는 '솔루션'이라는 주제를 조금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한다.
인생은 크고 작은 문제의 연속이다. 복잡한 인간관계부터,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골프 스윙까지, 우리는 늘 문제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인간관계가 어려워 상담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받게 되는 조언은 바로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본인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면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계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낸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한 가지 핵심적인 문제점만 수정해도, 전체적인 스윙이 놀랍도록 개선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확한 문제점을 알면 솔루션도 명확하고 쉬워질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자신의 기획력을 마음껏 펼쳐 효과적인 솔루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효과적인 솔루션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 바로 '문제를 정확히 해결할 수 있는가'에 있다.
명확한 문제점과 솔루션의 좋은 예시 중 하나가 바로 유명한 DOVE의 ‘Real Beauty Sketches’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를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Real Beauty’라는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솔루션을 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기획자는 정확히 문제를 설정했고, 크리에이터는 그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크리에이티브를 탄생시켰다. 명확한 문제 인식 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었던 성공이었다.
USP가 분명한 광고는 더욱 심플하고 직관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센서티브’ 캠페인은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이라는 USP를 통해 문제점-[사각지대로 인한 사고 위험 증가]을 명확히 제시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제품의 기능 자체를 강하게 인식시키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제품의 USP가 명확할 때는 기획자의 방향 설정이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게 되며, 오히려 제작팀 간의 창의력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게 된다.
내가 M증권에서 진행했던 ‘M증권 제로 프로젝트’는 수수료가 무료인지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기존 고객을 포함한 고객 모두에게 혜택이 적용된다는 점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핵심 문제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광고주와의 의견 차이로 인해 다소 타협점을 찾게 되었고, ‘M증권 고객 누구나’라는 핵심 카피를 더 강력히 강조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업무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정보가 오히려 방향성을 무디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정한 문제점을 명확히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 이것만 제대로 지킨다면, 당신은 언제나 탁월한 기획자로 기억될 것이다.
"The best advertising is built on one big idea. One solution to one real problem."
"최고의 광고는 하나의 큰 아이디어 위에 세워진다. 하나의 진짜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전부다."
- David Ogil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