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설정의 단순화

원포인트레슨을 기억하라

by plannista

ㅣMY STORY


어린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나를 향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너,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알아?”

나의 학습 태도가 언제나 문제였다. 집에서는 부모님이 마치 나를 ‘문제 덩어리’처럼 바라보며 매일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제발 문제점들을 좀 고치려고 노력해라!”

이 말을 수백 번도 아니고 수천 번은 들은 것 같다. 하지만 문제점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더욱 많아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팀장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도대체 우리 팀은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거야?"

임원이 되고 나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은 직급의 사람들로부터 더욱 심각한 어조로 지적받았다.

“이 조직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도대체 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해결이 안 되는지 모르겠군.”


이쯤 되면 확실하다. 세상은 언제나 문제투성이었다. 문제없는 세상이란 단 하루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문제는 삶의 필수 요소였다.

그런데 가끔씩 아주 부러운 사람이 있다.

“저 사람, 정말 많은 문제에 둘러 쌓여 있는데 왜 저렇게 태연하지? 심각해 보이는데도 저렇게 행복해 보일까?”

나 역시 그런 친구나 선후배를 만나곤 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문제 앞에서 당당하다는 것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문제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불안이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만나면 불안이 더욱 커진다. 불안은 사람의 자신감을 갉아먹고 결국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문제 앞에서 당당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이 문제를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이 그들의 내면에 굳건한 자신감을 심어준다.




ㅣ기획의 전환점, '문제의식'


'문제의식'이란 문제를 정확히 보고 느끼는 능력이다. 학창 시절에 나는 공부를 방해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회사에 들어와선 팀의 핵심적인 문제를 즉시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조직의 문제를 고쳐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서도 문제를 명확히 짚지 못했다. 주변의 지적은 바로 이 '문제의식 부족'에 대한 경고였다.


이 문제의식이 필요한 건 개인만이 아니다. 브랜딩과 광고기획에서도 문제의식은 필수적이다. 세상에 그냥 하는 광고란 존재하지 않는다. 광고는 비용이 든다. 작은 예산이라도 집행하는 모든 광고 캠페인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잘못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거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내는 등, 광고란 본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행동이다.


심지어 "그냥 매년 하니까 우린 광고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광고주조차도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해결할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단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광고기획자는 이 문제를 놓쳐선 안 된다. 문제를 명확히 짚는 일이 우리의 가장 큰 사명이기 때문이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 치료가 힘들다. 브랜드 역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게 '문제의식'이다. 브랜드는 복잡한 문제가 많아 보여도 핵심적인 문제 하나를 명확히 정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ㅣ원포인트 레슨을 기억하라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기억할 것이 있다. '문제는 하나'여야 한다. 문제가 굉장히 많은 브랜드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골프 레슨의 ‘원포인트 레슨’을 떠올려 보자. 문제점을 말하면, 코치가 한번 쳐보라고 한다. 2~3번 치는 모습을 보곤 말을 해준다. "팔을 더 펴야 한다, 스윙이 올라갈 때와 똑같은 속도로 내려와야 한다. 고개를 절대로 들면 안 된다. 팔목을 쓰면 안 된다. 팔로스로우를 끝까지 해야 한다." 만약 지금 나열한 문제를 코치가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절대로 스윙이 나아질 수가 없다. 코치는 여러 문제 중 단 하나만을 선택해 정확하게 지적한다.

“머리를 들지 마세요!”

여러 문제를 동시에 나열하면 스윙은 결코 개선되지 않는다. Brief 작성도 마찬가지다. 여러 문제를 나열하면 해결책이 혼란스러워진다. 문제는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 그래야 나를 비롯한 스텝 모두는 그 문제를 같이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에 전력을 쏟을 수 있다.


Creative Brief는 팀원 모두가 명확히 공유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문제점 하나를 제시하는 문서다. 불안과 걱정으로 문제점을 여러 개 나열하지 말고, 하나의 명확한 문제에 집중할 용기를 갖자.

좋은 문제 설정이 곧 훌륭한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이다. 문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해결책을 분명히 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문제도 자신 있게 설정하지 못하면서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하는 건 넌센스다. 스스로가 좋은 기획이 아니면서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바랄 수는 없다.




“If you can’t say it simply, you don’t know it well enough.”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없다면, 그만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Bill Bern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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