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질투하지 않는다

경쟁자 설정

by plannista

ㅣ나의 친애하는 경쟁자님


경쟁자, 듣기만 해도 피곤한 단어다. 왠지 모르게 피곤하고 부담스럽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경쟁자는 누구였는지 한번 떠올려보자. 학창 시절에는 매 순간 비교되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친구가 꼭 한 명씩 있었다. 그렇다고 그 친구와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고, 지금 연락을 끊은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인생에서 수많은 경쟁자들과 마주했지만, 그들이 있어서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늘 비슷한 점수를 받는 친구가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우린 자연스럽게 점수를 교환했고, 집에 가면 어머니는 내 점수 다음으로 항상 그 친구 점수를 물었다. 그 친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내 시험 성적이 좋았는지 아닌지의 기준은 경쟁자인 그 친구보다 잘했는가로 판단하게 되었다. 100점을 받아도 그 친구가 100점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었고, 70점이라도 경쟁자보다 점수가 높으면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회사를 다닐 때 경쟁은 더 치열했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광고주가 늘어나면 조직이 확대되었지만, 광고주가 줄면 구조조정, 조직개편이 뒤따랐다. 이런 환경 속에서 수많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과정은 너무나 생생해서 글로 다 옮길 수 없을 정도였다.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는 다시 한번 경쟁의 현실을 마주했다. 상대평가 제도 아래서는 학생 중 누군가가 꼭 아쉬운 학점을 받게 되고,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보이지 않는 경쟁을 계속해야만 한다.


브랜드에 경쟁자가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최소한의 광고만 집행하고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독점적 위치 덕분에 혁신은 더디고, 제품을 개선하거나 업그레이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결국 이런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사라지거나 다른 브랜드에게 무너질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지, 브랜드가 소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ㅣ나이키, 미래에셋은 누구와 경쟁하는가?


나이키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나이키의 경쟁자로 아디다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브랜드에 관심이 깊은 학생들 중 일부는 '닌텐도'라고 대답한다. 2008년에 나온 책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가 워낙 유명해서 그럴 텐데, 이 책에 따르면 나이키는 1998년 이후 성장률 둔화가 나타나자 닌텐도를 새로운 경쟁자로 설정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나이키의 주요 타겟인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면 운동에 쏟을 시간이 줄어들고, 그 결과 운동화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자를 닌텐도로 설정하면, 아디다스와 경쟁할 때와는 전혀 다른 광고 메시지가 나온다. 아디다스를 경쟁자로 설정하고 광고를 만든다면, 아디다스가 스포츠 브랜드로서 주지 못하는 심리적,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해 광고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닌텐도가 경쟁자일 경우에는 나이키는 게임이 아닌 운동의 가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하는 'Run, Nike'와 같이 달리라는 큰 이야기를 전달하는 광고를 제작할 수밖에 없다. 경쟁구도가 스포츠업계와 게임업계에서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기에 가능한 메시지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미래에셋증권 역시 경쟁자 설정이 매우 중요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타겟은 너무나 다양했고, 각각의 타겟과 상품에 따라 경쟁자도 달랐다. 예를 들어 증권사 연금상품의 경쟁자 설정이 중요했는데, 경쟁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증권사를 경쟁자로 한다면 상품의 경쟁력 등으로 접근해야 했다. 보험사 연금상품을 경쟁자로 설정하면 더욱 다르게 접근해야 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의 '변액연금'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을 경쟁자로 설정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증권사 대비 보험 상품만이 가진 장점인 '10년 비과세'를 강조하여 광고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했다. 만약 경쟁자를 주택연금으로 설정한다면? 전혀 다른 전략과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A라는 사람이 "난 주택연금으로 노후를 보낼 거야"라고 판단한다면 A에게 '노후준비를 위해 연금 상품을 가입하라'라고 설득하긴 너무 힘들어진다. 아마도 이런 경쟁자라면 좀 더 큰 이야기로, '노후는 미래에셋증권 연금으로' 캠페인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ㅣ두 가지 기준, 관련성과 대체가능성


우린 손흥민을 질투하지 않는다. 연봉이 높다고 화가 나지도 않고, 그가 골을 넣었을 땐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에는 "장군은 사병을 시기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결국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심 때문에 불안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비교나, 경쟁의 범주에 있어야 비로소 감정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경쟁자 설정의 기준은 두 가지, 관련성대체가능성이다.

관련성은 경쟁자가 타겟 고객의 니즈나 상황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의미한다. 대체가능성은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브랜드나 대안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 두 가지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더욱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경쟁자 설정이 가능하다. 앞에 말한 나이키의 예를 보면 아디다스는 관련성 측면의 경쟁자이고, 닌텐도는 대체가능성에서의 경쟁자이다. 대체가능성을 잘 생각해 보면, 경쟁자 설정에서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쟁자는 '현대자동차'(관련성)만이 아니라 '롯데장기렌터카'(대체가능성) 일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는 소유하는 것'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이용'의 관점으로 생각하면 경쟁자는 더욱 다양해진다. 실제로 나는 회사차를 반납한 후 굳이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장기렌터카를 알아보았다. 보험료나 자동차세 등 다양한 비용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어떤가? 당연히 '펩시'(관련성)가 경쟁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코카콜라는 '물'(대체가능성)을 경쟁자로 삼고 있다. 목이 마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료가 되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한 창의적인 접근이다. 펩시와 경쟁할 때와는 전혀 다른 광고 메시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맥도널드의 경쟁자 역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


case 1. 햄버거가 먹고 싶다 → 맥도널드 먹을까? 버거킹 먹을까?

case 2.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 맥도널드 먹을까? 우동 먹을까? 라면 먹을까?

case 3. 저렴하게 점심을 먹고 싶은데 → 맥도널드 먹을까? 편의점 도시락 먹을까?

case 4. 아들과 같이 먹어야 하는데 → 맥도널드 갈까? 피자헛 갈까? 홍콩반점 갈까?


case 1처럼 햄버거를 먹을 때는 '버거킹'(관련성)이 경쟁자지만, case 2처럼 점심으로 우동이나 라면이 경쟁자가 될 수 있고, case 3처럼 '편의점 도시락'(대체가능성)을 먹을 때도 경쟁자가 된다. 가족과 함께할 때는 피자헛이나 중식당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타겟 설정과 상황 분석을 통해 경쟁자를 정교하게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렇게 경쟁자를 창의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로 기획의 진정한 시작이다.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명확하고 창의적인 경쟁자 설정이 필수적이다. 경쟁은 피곤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더욱 발전시키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경쟁을 즐기고 활용하라.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성장과 성공의 지름길이다.




"Don't fear competition. The stronger the competition, the better the ideas."
"경쟁을 두려워하지 말라. 경쟁이 강할수록 더욱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 Lee C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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