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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수니 Apr 06. 2019

봄가을에는 문호리 리버마켓

신경원 작가님의 퍼스트 오더 연재!

퍼스트 오더 연재 마지막 화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 줄까 고민해왔다. 좋은 옷과 좋은 책, 번지르르한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부모? 어떤 학원이든 과외든 척척 시켜주는 부모? 어려움에 빠졌을 때 빨리 달려와 척척 해결해주는 부모?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만큼은 굴뚝같이 차올라 마음 한편은 시리고 아플 때가 많지만,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가 강연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원양어선을 타느라 일 년에 한두 번만 집에 오는 아빠를 초등학교 5학년 딸이 멀리서 바라보고 빨리 달려가서 안길지, 서먹서먹하게 다가가 인사할지 고민한다. 아버지가 갑자기 몸을 숙여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더니 들꽃 한 다발이 들려 있더란다. 그 순간 딸은 아버지를 보고 “아빠~”라고 외치며 두 팔 벌려 달려가 꼭 껴안았다. 그녀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날 아버지가 안겨주셨던 들꽃 향기를 떠올리며 이겨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답을 찾았다. 친정 부모님은 주말마다 가까운 산과 들, 바다로 우리를 데리고 다니셨다. 한 주도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근교 여행을 다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살던 포항에선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산도 계곡도 바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숙소를 잡은 적도 딱히 없었다. 하루 종일 물가에서 놀다가 밥을 지어먹고 3~4인용 텐트에서 다닥다닥 살 붙이며 잤다. 라디오를 틀어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고 쏟아지는 별들을 함께 바라보곤 했다.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던 시간이 눈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우리 자매가 살면서 부모님께 두고두고 감사한 부분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한 추억이 어떤 일이든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니, 참으로 마법 같은 일이다.


  우리 부부도 서울과 멀지 않은 거리에서 아이들과 특별한 시간을 만들 장소를 찾았다. 그 중 하나가 문호리 리버마켓이다. 양평 문호리 강변에서 매달 셋째 주 주말에 열리는 플리마켓 Flea Market. 규모가 ‘전국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크고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많다. 강변을 따라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주말 나들이를 유혹한다. 유기농 농부들이 내놓는 신선한 상품과 다양한 예술가들이 만들어 파는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줄도 모른다.


  생산자만 셀러seller가 될 수 있다 보니 제품 퀄리티도 높다. 셀러들이 힘을 합쳐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그런지 다들 나누는 마음씨도 좋다. 어느 가게에 들어가도 얼굴 표정 하나 찡그리는 사람도 없고, 가게 주인끼리 서로 물건을 사고 팔며 정을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본다. 이왕이면 사람 향기가 가득한 곳에서 아이들과 놀고 싶었다.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방들도 많아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길에 놓인 마켓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입구 위에 크게 걸린 노란 깃발 속 문구가 와 닿는다. ‘만들고, 놀고, 꿈꾸고.’ 문호리 마켓은 문화와 감성, 배려, 정이 모두 넘쳐나는 곳이다. 한 번 가본 사람들은 쏙 반해버리니 양평의 명소가 될 수밖에 없겠다 싶다.


스스로 아뜰리에 공간을 찾아서 그림 그리기 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




"나의 감정을 먼저 챙겨 나가보세요. 아이를 위해 이 몸 하나 바칠 수는 있지만, 마음은 다 못주겠더라고요."

- 엄마랑 아이랑 퐁당퐁당 여행육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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