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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Jan 22. 2024

[시] 마치 꿈꾸는 것처럼(허수경)

너의 마음 곁에 나의 마음이 눕는다


                       마치 꿈꾸는 것처럼 / 허수경


    너의 마음 곁에 나의 마음이 눕는다
    만일 병가를 낼 수 있다면
    인생이 아무려나 병가를 낼 수 있으려고……,


    그러나 바퀴마저 그러나 너에게 나를
    그러나 어리숙함이여


    햇살은 술이었는가
    대마잎을 말아 피우던 기억이 왠지 봄햇살 속엔 있어


    내 마음 곁에 누운 너의 마음도 내게 묻는다
    무엇 때문에 넌 내 곁에 누웠지?네가 좋으니까, 믿겠니?
    믿다니!


    내 마음아 이제 갈 때가 되었다네
    마음끼리  섞는 방법은 없을까


    조사는 쌀 구하러 저자로 내려오고 루핑집 낮잠 자는 여자여 마침 봄이라서 화월지풍에 여자는 아픈데

    조사야 쌀 한줌 줄 테니 내게 그 몸을 내줄라우


    네 마음은 이미 떠났니?
    내 마음아, 너도 진정 가는 거니?


    돌아가 밥을 한솥 해놓고 솥을 허벅지에 끼고 먹고싶
다 마치 꿈처럼
    잠드는 것처럼
    죽는다는 것처럼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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