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치 꿈꾸는 것처럼(허수경)
너의 마음 곁에 나의 마음이 눕는다
마치 꿈꾸는 것처럼 / 허수경
너의 마음 곁에 나의 마음이 눕는다
만일 병가를 낼 수 있다면
인생이 아무려나 병가를 낼 수 있으려고……,
그러나 바퀴마저 그러나 너에게 나를
그러나 어리숙함이여
햇살은 술이었는가
대마잎을 말아 피우던 기억이 왠지 봄햇살 속엔 있어
내 마음 곁에 누운 너의 마음도 내게 묻는다
무엇 때문에 넌 내 곁에 누웠지?네가 좋으니까, 믿겠니?
믿다니!
내 마음아 이제 갈 때가 되었다네
마음끼리 살 섞는 방법은 없을까
조사는 쌀 구하러 저자로 내려오고 루핑집 낮잠 자는 여자여 마침 봄이라서 화월지풍에 여자는 아픈데
조사야 쌀 한줌 줄 테니 내게 그 몸을 내줄라우
네 마음은 이미 떠났니?
내 마음아, 너도 진정 가는 거니?
돌아가 밥을 한솥 해놓고 솥을 허벅지에 끼고 먹고싶
다 마치 꿈처럼
잠드는 것처럼
죽는다는 것처럼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