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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Apr 06. 2021

4월이 아프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다시 4월이다.

날씨도 포근해지고 꽃도 만발하는 4월이다.

그러나 봄을 맞이하는 4월이 아프게 된 지 벌써 7년이다.


예전엔 벚꽃이 피면 예뻐서 친구들과 꽃놀이도 가고 낮술도 한잔하는 일탈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이후, 다시는 꽃놀이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4월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3월부터 마음이 힘든 적도 많았다.


2016년 4월은 뱃속에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만삭이었다. 자식이란 존재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정말 소중하고 귀한 것임엔 틀림없단 생각에 이전 4월보다 더 마음이 힘들고 아팠다. 나도 곧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데 이런 사회 속에서 그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 갑자기 겁도 났다.


산부인과에서 많이 걸으라기에 하루 2~3시간씩 걸었다. 매일 걷다 보니 벚나무에 꽃잎이 나기 시작하고 만개하는 계절이 눈앞에 들이닥쳤다. 만개한 꽃도, 꽃잎이 잔뜩 떨어진 꽃길도, 예쁜데 예쁘지 않았다. 이 꽃보다 더 예쁘고 귀했을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 봄날 하늘로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꽃을 보는 것조차 죄스럽게 느껴져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떨어진 꽃잎을 모아 추모 리본 모양을 만들고 기도를 올렸다. 올 해는 꼭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길, 하늘에 있는 아이들이 그곳에서는 마음껏 행복하기를.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하며, 2016년 4월 어느날.






그렇게 시간 흘러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있다. 촛불 정권이 세워진 뒤, 다른 것은 몰라도 세월호 문제만큼은 해결해주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정부의 무심함 속에 세월도 무심히 흘렀다. 진상 규명은커녕 관계자들의 무죄 선고를 뉴스로 들어야 하는 참담함이 4월을 메우고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든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 아닌가? 오히려 그 슬픔조차 외면하고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까? 지겹다고, 잊으라고 말하지들 마시라. 당신의 가족이라면 지겹고 잊을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시길.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그리운 목소리로 예은이가 말하고, 시인 진은영이 받아 적다. (아래 책 p.179)

「엄마, 나야.」 - 곽수인 외 / 난다 / 2015


2014년 4월 이후, 여전히 유가족들은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도 그러냐고 말하기 이전에 왜 아직도 그래야만 하는지를 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세월호참사 7주기 기억물품






지난 주말, 딸아이가 꽃구경을 가자고 졸랐다. 어딘가를 찾아가는 것이 내키지 않아 집 근처 산책로에 마지못해 나갔다. 역시나 벚꽃은 만개해있었다. 딸아이는 연신 예쁘다며 떨어진 꽃잎을 흩뿌렸지만, 내 눈에 그 꽃잎들이 세월호 아이들의 눈물 같아서 딸아이 몰래 울음을 삼켜야 했다.

산책로에 떨어진 벚꽃들이 눈물겹게 흩날린다.



7주기가 되도록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지 못한 아이들은 하늘에서 어떤 마음일까. 그 아이들을 생각하는 유가족의 마음은 또한 어떠할까. 감히 나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마음들이겠지. 지금 내 눈 앞에 저렇게 즐거워 뛰노는 아이가 사라진단 생각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은데.

떨어진 꽃잎처럼 너무 빨리 생을 빼앗긴 아이들을 위해 슬프게 기도를 올린다.

그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4월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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